“도-의회 ‘예산전쟁’
화해하고 민생 챙겨야”
구 의장 종무식서 잘못 일부 인정 화해 여지 남겨 관심
“의회도 반성…2015년 ‘상생의 관계’로 나갈 수 있길 기대”
새해 예산 1682억원이 삭감되면서 민생 현안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도민사회가 제주도와 도의회가 감정 대립을 중단하고, 화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1682억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장애인 출산 장려금(사회보장적수혜금)과 노인·장애인·다문화·보훈단체 등 사회복지 예산도 대거 잘려나갔다.
더욱이 예산안 수정내역 중 18억원 정도가 중복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고. 특별회계에서 감액되지 않은 예산이 수정내역에 들어가 있는 등 졸속 심사 정황이 포착되면서 심의권자의 전횡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수정 예산안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분석결과 수용 불가능한 오류 발견될 경우 제주도의회에 ‘재의’요구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부 제주도기획조정실장은 31일 제주매일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수정예산안에 상당한 오류가 발생되고 있다”면서 “아직 시간(20일)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은 도의회의 수정내역에 대한 검토에 전념하고 있으며, 재의요구는 그 결과를 지켜 본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제172조에는 지방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의결사항을 이송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지방의회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재의 요구결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같은 결과가 도출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의 집행을 정지하게 하는 ‘집행정지결정’도 신청할 수 있다.
대규모 예산 삭감 사태가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면서 도민 사회는 집행부와 도의회의 ‘화해’를 주문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회가 감정적으로 예산을 삭감한 상황에서 내부보유금을 풀기 위한 ‘원 포인트’ 추경은 의미가 없다”면서 “일단 두 기관이 화해를 한 이후에야 추경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구성지 도의장 역시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하며 화해의 여지를 남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
31일 제주도의회 종무식에 참석한 구성지 제주도의장은 송년사를 통해 “올해 말 예산전쟁을 치르며 참담한 심경이었다. 이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는 건 불행한 일”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의회도 반성한다. 내년에는 도의회와 제주도가 도민들을 위한 일로 다툼을 하는 ‘상생의 관계’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