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2억원 삭감...새해 예산안 '가결'

도의회, "도가 원하는 대로 증액 예산 내려놨다"

2014-12-30     박민호 기자

1682억원 삭감. 집행부와 예산안 처리를 놓고 갈등을 격고 있던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내년도 새해 예산안 3조8194억원 중 단 1원의 증액 없이 1682억원을 삭감하는 ‘초강수’ 예산안을 수정·가결했다.
이렇게 삭감된 예산은 전액 ‘예비비’ 혹은 ‘내부유보금’으로 전환, 내년도 예산 집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제주도의회는 29일 오후 11시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속개,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출한 2015년도 제주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상정,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6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이번 수정안에는 도의회가 증액·신규 비목으로 설치한 예산은 없기 때문에 원희룡 도지사사에게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는 생략됐다.

이날 이선화 제주도의회 운영위원장은 제안 설명을 통해 “사업계획이 미흡한 도지사 공약사업과 투융자 심사 미반영 및 용역심의 미반영 사업, 공유재산계획 미반영 사업, 과도한 업무추진비, 외유성 경비, 유관기관 및 단체에 대한 선심성 예산, 사업계획이 미흡한 사업 등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삭감된 예산 1682억원 중 예비비로 1억9200만원을 증액하고, 나머지 1680억800만원은 ‘내부유보금’으로 편성했다.

구성지 도의장은 “내년부터 개정되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긴급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는 전체 예산의 1%를 넘어서는 안 된다”면서 “올해 제주도의 예산이 3조8194억원 규모이기 때문에 381억 원 이상의 예비비를 편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 의장은 그러면서 “수정안에 예비비를 1억9200만원을 증액된 이유는 이미 예비비 명목으로 380억원 상당의 예산이 편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6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예비비 또는 내부보유금 등으로 묶이면서 내년도 도지사 공약사업을 비롯한 각종 사업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구성지 의장은 폐회사를 통해 “오늘 오전 예산안 문제 해결을 위해 원 지사를 찾아 대화를 나눴지만 의회의 수정안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제주도의회는 ‘준예산’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새로운 수정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가 원하는 대로 도의회(의원들)가 증액한 예산을 모두 내려놨다”고 설명했다.

예산안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구 의장은 “이전투구와 같았다.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회상했다.

구 의장은 “예산계획의 목적은 모든 도민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도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주도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구 의장은 그러면서 “집행부가 그동안 의회 증액 예산에 대해 선심성, 과도한 증액 예산이라며 의회와 의원들을 폄훼하고 압박한 것은 오래도록 의정사에 남을 것”이라며 “의회를 여론몰이로 벼랑 끝에 몰아넣는 싸움 방식에 따른 정치적 학습효과를 오래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가 한발 물러서며(?)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내년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심사 때는 1600억원이 넘는 ‘내부유보금’ 처리를 놓고 집행부와 도의회가 또 다른 예산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