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힘겨루기, 폭로전 '이전투구'비화
도"의회 증액 타당성 결여"-의회 "주민위한 사업비" 팽팽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며 도민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핑퐁게임’을 벗어나 ‘폭로전’ 양상까지 벌어지며 연말까지 이어와, 사상 초유의 ‘준예산’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집행부와 도의회의 대립은 ‘재량사업비 논란’에 의한 감정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제주도의회예결위는 지난 14일 예결위는 4일간의 ‘마라톤 계수조정’을 통해 제주도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3조8194억원을 중 408억원을 삭감·증액하는 계수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튿날 열린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가 “증액(신규) 예산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부동의’ 의견을 피력, 표결 끝에 최종 부결 처리되면서 표면적인 예산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도의원 1인당 20억 재량사업비 요구설’ 등 날선 폭로전이 계속됐고 집행부와 도의회의 관계도 악화됐다.
원 지사의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이른바 ‘20억 요구설’은 도의회에 출석한 박정하 정무부지사의 증언을 통해 그 실체가 구성지 의장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새해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공직사회)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관행의 적폐를 근본적으로 들어내 예산심의의 개혁 원년을 삼겠다”던 구 의장으로서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예산안 쟁점은
2015년도 제주도 본 예산안 처리(심의)과정에서는 ‘누가, 얼마나 선심성 예산을 편성했는가’가 쟁점이 됐다.
집행부는 도의회를 향해 ‘사업 타당성과 구체성이 결여된 사업 예산이 과도하게 편성됐다’며 압박했고, 도의회는 ‘집행부가 의회가 증액한 예산 모두를 선심성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와 도의회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힘겨루기 양상은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당일까지 이어졌다.
▲무엇이 문제인가
제주도는 도의회에서 증액한 사업예산(408억원) 중 상당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도의회는 의원들이 조정(증액)한 사업도 지역민들과 직결된 부분임을 강조하고 있다.
도의원들은 자신들도 선출직인 만큼 공약 이행을 위한 사업예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집행부는 이에 대해 “사업의 타당성을 설명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단계에서 증액된 사업 중 상당수가 ‘선심성’으로 비쳐지고 있는 현실이다.
모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제는 지역 자생단체 등도 예산 시기가 되면 ‘어느 도의원에게 어떤 부탁을 해야 하는 지’를 알고 있다”며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은 도의회가 심의하지만, 도의회에서 증액된 사업은 그 타당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16년도 예산안을 짤 때는 처음부터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불필요하게 증·감액 되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