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접근 가능한 제주관광
최근 중년의 남성 둘이 관광안내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휠체어 때문에 전화했었는데요, 대여 가능한가요?” 휠체어는 신청서 작성과 함께 신분증 확인만 하면 대여가 가능하다. 건장한 그들이 휠체어를 빌리게 된 배경은 이랬다. 둘은 서울과 충청도에서 각각 생활하는 형제인데 한 달 전부터 제주여행을 계획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부자지간의 여행을 위해 아내와 자식들도 남겨두고 왔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두어 달 전쯤에는 50대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온 적이 있다. 그들은 평생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하지 못한 2명의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 제주로 여행을 왔다고 했다.
이처럼 제주웰컴센터 관광안내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가슴 한 편에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휠체어 대여는 지난해 349회에서 올해는 11월말 현재 896회로 대폭 증가했다. 그만큼 제주관광을 원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여행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좋아한다. 간절함만큼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더할 수 있다.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 보다 “힘내세요!”라고 격려하자. 몸이나 정신에 약간의 결함이 있는 장애인(障碍人)이 아닌 긴 시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장애인(長愛人)으로 바라보자.
UN세계관광기구는 지난해 총회에서 장애인이 자유롭게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인 ‘모두를 위한 접근 가능한 관광’을 각국에 권고했다. 장애인 여행 소비자가 늘어나면 관광산업은 그만큼 발전할 것이며, 질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주관광공사는 관광안내 점자도서와 수화동영상, 장애인 관광코스 매뉴얼 북 등을 제작해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작은 시작들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제주관광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