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예산 사태 발생해선 안돼”

집행부-도의회간 기싸움…강경발언으로 압박
“예산안 연내 통과 실패시 양쪽 모두 책임” 여론

2014-12-25     박민호 기자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집행부와 도의회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도민사회에서는 이러한 준예산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준예산이란

지방자치법(131조)에는 지방의회에서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준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산안 연내 처리가 무산 될 경우 조례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의 유지 및 운영경비, 법령상 또는 조례상 지출의무 경비와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비는 지출이 가능하지만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복지시설 운영비와 민간사회단체보조금, 각종 시설공사비 등을 집행할 수 없다.

특히 민간 기업이 부족한 제주지역의 경우 행정에서 발주하는 공사가 지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지는 만큼, 행정운영과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준예산’ 사태는 곧 지역경제의 ‘마비’를 의미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5일 원희룡 지사는 의회가 조정한 408억원 중 신규·증액 비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부동의’ 의견을 피력, 표결 끝에 새해 예산안이 ‘부결’처리되면서 의회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원 지사는 지난 18일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예산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심의는 의회가 하는 것”이라며 ‘준예산’에 대한 책임을 의회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구 의장은 “도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준예산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20억 요구설’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 24일 “의원들이 생각이 준예산으로 가야 한다면 그럴 수 있다”며 ‘준예산’ 가능성을 거론했다.

최근 도내시민사회단체와 공개 면담에서도 “준예산 막아야 한다”며 연내 처리를 약속했던 양 기관 수장들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서로를 향한 ‘정치적 압박’으로 분서된다.

▲도민사회 반응은
만약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예산안 연내 처리에 실패한다면 엄청난 정치적 부담감과 책임감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앞으로 진행되는 예산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겉으로는 ‘도민들을 위한 예산’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결국 자신들의 실익을 챙기기 위한 ‘정치싸움’으로 보인다”며 “도지사와 도의장 모두 연내 타결을 천명했기 때문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준예산’ 사태는 생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준예산’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선 5기 우근민 도정 첫해인 2010년에도 제주도와 도의간 ‘명분싸움’으로 번지면서 한차례 ‘부결’사태를 겪었지만 도민여론이 악화되자 새해를 불과 이틀 남기고 가까스로 처리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