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서 연어와 경쟁해도 이길 자신있어요”
고품질·안전성 내세워 현지 입맛 사로잡아
까다로운 EU 수입기준 충족 신뢰도 구축
“친환경 광어와 관광 융복합 시너지 충분”
제주광어는 세계적인 상품이다. 2005년 우리 정부는 제주광어를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해 그 성가를 대내외에 알렸다. 광어 양식산업은 연간 3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면서 감귤과 함께 제주의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소비 위축과 생산 증가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내수시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품질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본지는 영어조합법인 일출봉(대표 한우진)의 사례를 통해 제주 광어 양식산업의 활로를 모색해 본다.
영어조합법인 일출봉(이하 일출봉)의 수출전략은 철저한 수출시장 맞춤형 광어 생산과 마케팅이다. 법인 창립 이후 주력하고 있는 수출에서 해외 시장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선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일출봉의 해외시장 개척 행보는 이런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그러면서도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한우진 대표는 “수출은 모양새만 흉내 내는 수준에서 하면 안된다”고 전제, “철저하게 현지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3일 성산읍 신풍리에 있는 정우수산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수출을 하는 이유가 단지 내수시장의 포화나 부진을 만회하기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고품질 광어를 팔 수 있는 시장으로써 수출을 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그래서 단기간에 숫자에 집착하는 방식의 수출 마케팅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는 최근 영국와 프랑스 현지에서 벌인 마케팅이 성공적이었다고 조심스럽게 자평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IAL PARIS에 참가해 유럽과 중동 바이어들을 대거 만났다. SIAL PARIS는 유럽 최대 종합식품박람회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횟감용 등으로 인기가 높은 연어, 터봇과 경쟁해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그는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일 영국 런던 랑카스터호텔에서 열린 ‘한국 광어의 밤’ 행사에서도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일출봉이 수출한 광어가 유럽시장에서 ‘먹히는’ 이유는 품질과 안전성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연합(EU)의 수입조건을 충족시킬 정도의 넙치라면 안심해도 좋다는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가 있었다는 얘기다. 일출봉 소속이자 한 대표가 경영하는 정우수산과 신풍수산은 2012년 이미 EU양어장으로 등록됐다. 이듬해 EU사무국에서 수의사와 행정관이 직접 제주를 찾아 양어장을 확인,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굳혔다. 영국에는 매주 200㎏ 안팎의 선어를 수출하고 있다.
일출봉이 그 동안 들인 공이 성과로 나타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국 광어 양식장 가운데처음으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데 이어 전국최초 ‘친환경 양식장’으로도 지정됐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해외 시장의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품질 개선과 안전성 확보 노력 못지않게 시장 개척 활동도 전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2012년 수출상품화 사업 선정, 올해 수출선도조직 지정 등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박람회 참가 등 신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일본내 최대 유통그룹인 이온(AEON)에 냉동광어를 납품하고 있다. 이온은 연매출이 50조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2월 일본 오사카 씨푸드박람회를 시작으로 3월 동경식품박람회, 미국 보스턴 수산박람회, 4월 중국식품박람회 등을 돌았다. 이어 유럽으로 발길을 돌려 브뤼셀 수산박람회에서 바이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일출봉은 15개 넙치 양식업체의 연합체인 일출봉 제주청정광어영어조합법인을 모태로 국내외 유통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2010년 출범했다.
이들 양어장들은 법인 구성 이전인 2005년부터 생산기술 공유 등을 통해 품질 개선에 착수했다. 선인장 사료와 어분 생사료 판매금의 일부를 조합 운영 기금으로 적립,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으로 사용했다.
일출봉은 제주광어의 세계화를 위한 비전도 착착 실행에 옮기고 있다. 당장 내년 냉동광어 가공을 위한 직영공장을 설립한다. 지금은 부산에서 작업을 한 후 수출하고 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 양식관리위원회(ASC)의 인증 취득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도쿄, 뉴욕, 런던 등 세계 주요도시에 백년초 광어 전문 매장을 개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한 대표는 “제주는 매년 12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소비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며 “친환경 양어장과 관광을 융복합하는 마케팅 믹스를 통해 제주광어의 이미지를 높이고 수익도 창출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제주매일 신정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