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 다양한 영화 관람 위해
행정 시네마테크 지원해 줘야"
'카트' 부지영 감독 인터뷰
2007년 이랜드는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막기 위해 ‘계약 만료’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에 반발한 500여명의 근로자들은 마트를 점거, 농성에 들어갔지만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만다. 이후 500여일이 흐른 뒤,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인원 일부만 다시 복직하는 ‘반쪽승리’를 거두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7년이 흐른 지금. 영화배우 염정아·문정희·김영애, 그리고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천우희와 그룹 엑소의 도경수까지 가세한 영화 ‘카트’가 개봉했다.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 비정규직 지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용기 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영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부지영 감독(43)이 ‘제주출신’이라는 점에 있다. 그를 지난 20일 오후 10시 ‘제10회 제주영화제’가 열리는 CGV제주에서 만났다.
영화 ‘카트’는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다. 이 때문에 배우를 정하는 과정도 순탄치 만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됐다.
“염정아씨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바로 승낙했어요. 배우들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전혀 그런 게 없어 의아한 부분도 사실 있었죠. 배우들 모두가 의지를 불태웠기 때문에, 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카트의 결말은 소위 ‘해피엔딩’이 아니다. 근로자들이 긴 투쟁을 끝난 후, 복직하는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장면은 없었다.
이에 대해 부 감독은 “관객들도 결말이 왜 행복하게 끝나지 않았냐고 묻는다”며 “하지만,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 감독은 “근로자들이 복직을 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고민했지만, (이 장면을 넣는다고 생각하니)나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실화이기에 더 그랬다”며 “감독의 입장이 되면 책임감이 생기기 때문에, 영화를 통쾌하게 만들기는 사실 어렵다”고 토로했다.
제주에는 ‘제주영화제’를 비롯해 ‘제주여성영화제’,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등 다양한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부 감독은 이런 영화제가 몸집이 커지기 위해서는 “행정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을 이어갔다.
“단순히 영화제 보다는, 영상정책과 함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제주에는 독립영화와 실험영화 등을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는 없고,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만 있죠. 이 때문에 영화제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는 게 유일한 방법이죠. 도민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를 행정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제주영화제 등을 찾는 도민들도 많아지겠죠.”
다음 영화는 꼭 고향인 제주에서 찍고 싶다는 부 감독.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한편 제주시 삼도동 출신인 부 감독은 중앙여중과 신성여고,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주요 작품으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니마’,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