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걸림돌 ‘고물가’ 높은 관광서비스 질로 극복
친환경 자연친화적 여행법 ‘스위스 모빌리티’
걷기·자전거·카누 등 이용한 다양한 루트 조성
맞춤형 여행정보·추천 코스·숙박정보 완벽 구비
올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1200만명을 돌파, 2000만 관광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주는 그동안 양적 성장에만 의존해 왔던 게 사실이다. 물론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추진도 해 왔지만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관광대국으로 평가받는 스위스와 스페인 사례를 살펴보고 제주관광이 질적성장을 도모하면서 지속가능한 제주관광 실현을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1. 스위스 모빌리티
스위스는 WEF(World Economic Forum)에서 매년 발표되는 ‘관광경쟁력 보고서’에서 수년간 부동의 1위(140개국 대상)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스위스에서 관광산업은 국민총생산(GDP)의 6%를 차지하며 화학, 기계, 시계에 이은 4대 산업 중 하나다.
스위스는 인구의 약 35%가 거주할 정도로 산악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농업이나 산업용지로 쓸만한 땅이 부족해 산을 활용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자연스레 산악관광에 적잖은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물가가 높다는 점은 경쟁력을 떨어뜨리지만 관광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극복했다.
특히 스위스는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기초로 이동수단과 레저활동, 관광자원을 연계한 ‘스위스 모빌리티’(Switzerland Mobility) 프로젝트를 추진,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친환경적, 자연친화적인 여행방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93년 자전거를 시작으로 1998년 걷기, 산악자전거, 스케이트, 카누와 같은 기타 무동력 운송수단들이 추가되며 다양한 루트가 조성됐다. 각 루트별로 대중교통과의 접근성 및 연결도 수월하도록 했다.
‘스위스 모빌리티’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경로를 활용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국 곳곳에 자리한 관광지와 연결되도록 다양한 루트가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하이킹과 사이클링 각 1만2000km, 산악자전거 7200km, 스케이팅 1000km, 카누 350km 등 모두 3만2550km에 걸쳐 조성됐다.
여기에 전국, 광역, 지역별 루트의 표준화된 공식 안내체계를 도입 적용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약 10만개의 표준화된 안내표지판도 설치돼 있다.
‘스위스 모빌리티’ 는 각 루트별로 맞춤형 여행정보, 추천 코스는 물론 숙박정보까지 자세하게 안내한다. 예를 들어 지역별로 단순히 숙박정보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숙박지의 요금정보까지 자세히 안내해 예산에 따라 숙박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하이킹, 자전거 루트 등에는 해발고도를 표기해 난이도를 가늠해 가면서 여행기간을 조절할 수 있다. 당일여행에서 전국 투어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스위스 모빌리티’는 대한민국 관광 1번지인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는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유산을 간직한 보물섬이다. 한라산과 오름들, 이외에도 올레길과 바다 등 환경자산이 스위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주요 관광지를 비롯해 ‘올레길’ ‘지질트레일’ ‘한라산 둘레길’ 등을 걷는 등 청정 자연의 푸른 제주에서 느림의 미학을 체험하고 돌아가곤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점이다.
제주는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련 상품 개발이나 인프라 조성은 미흡한 실정이다. 산악체험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등반에 그치고 있다.
사이클링 등을 위한 여건도 걸음마 수준이다. 스위스의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가 도심지는 물론 전국 곳곳의 관광지와 연결돼 있다. 자전거 도로는 구간에 따라 인도와 도로를 오가며 조성됐는데 상당구간이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기 위한 턱이 없다. 자전거와 행인을 우선 배려하는 의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스위스 관광청 마틴 니데거(Martin Nydegger) 부사장은 “세계 환경 인덱스 중에서도 스위스는 가장 친환경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스위스 관광의 슬로건은 ‘get natural’(자연으로 돌아가자)로 앞으로도 모토를 유지할 것”이라며 관광자원의 가치는 지속가능성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위스 모빌리티는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무동력 관광루트들을 발굴해 전국 약 10만여 개의 표지판과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관광편의를 극대화하는 친환경 네트워크 시스템”이라며 “자연자원 훼손 없이 관광객들에게 자연의 가치를 일깨우는 관광을 할 수 있게 조성돼 스위스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와 환경이 다른 싱가포르와 홍콩 벤치마킹이 아닌 관광대국 스위스와 같이 제주가 가진 자연자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가 추구하고 있는 관광은 장기체류형 휴양관광지다. 스위스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2분의 1 수준으로 작은 나라지만 자연자원에 모빌리티를 더해 관광객들의 장기체류를 유도하고 있다. 장기체류형 휴양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스위스를 모델로 삼아 관광정책을 수립, 제주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되짚어 봐야 할 때다. [제주매일 진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