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설명도 좋다” 道 꼬리내기기 논란

‘준 예산’ 방지 고육지책 불구...“원칙 포기” 등 비난 불가피

2014-12-18     박민호 기자

그동안 제주도특별자치도의회를 향해 신규 및 증액한 예산안에 대한 산출근거(설명서)를 제시하라며 도의회 조정안에 ‘부동의’ 입장을 고수하던 집행부가 “타당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어렵다면 구두설명도 좋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제주도 관계자는 “그동안 상임위원회나 예결위 심의 과정에 집행부를 참여시켜달라는 요구를 해 왔지만 의회의 거부로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때문에 의회가 조정한 증·감액 예산의 타당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산출근거 제시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의회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상임위 회의에 참석, 구두설명이라도 듣겠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의회 조정 예산의 편성 기준 위배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예산 편성의 ‘원칙’을 내세우며 도의회와 대립각을 세우던 제주도가 한 발 물러선 것은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그동안의 ‘원칙’에서 후퇴한 처사여서 ‘꼬리 내리기’ 아니냐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주도는 이날 총 3조8194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원안대로' 의회에 다시 제출했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개회한 제325회 임시회의 회기를 새해 예산안 심사를 위해 5일 더 연장했다. 제주도의회는 오는 24일 상임위원회별 재심의를 거친 후 26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의결하고, 29일 제3차 본회의에 상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구성지 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예산안 부결은 도정과의 관계를 더욱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동반자 관계로 더 나아가게 만드는 좋은 약이 됐다”면서 “원 지사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연내 타결로 가는 방법에 상당한 교감이 있었다”고 밝히며 예산안 연내 타결에 힘을 실었다.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좌남수)는 4일간의 계수 조정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 3조8194억원 중 264개 항목 408억원을 삭감했다. 삭감 예산은 957개 항목(312억원)을 증액하고, 369개 항목(96억원)을 신규 편성에 돌려졌다.

하지만 제주도가 “신규·증액 예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부동의’ 의견을 피력, 내년도 예산안은 ‘부결’ 처리됐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