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직불제’ 포기할 수 없는 제주농업의 과제
내년부터 밭농업직불제가 전면 실시된다. 이에 밭농업직불제 확대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되짚어 보고 향후 제도의 완성을 위해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4년 국회 입성 당시 쌀 직불금 예산은 약 4800억원에 달했으나 밭 위주로 지급되던 조건불리직불금 예산은 100억원에 불과했다. 직불제 정책에서 밭 농업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밭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9.7%에 이르는 제주지역의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사도가 큰 농지에만 지급하던 조건불리직불금을 2007년부터 제주를 포함한 도서지역까지 확대하도록 추진했다. 이로써 직불금의 사각지대였던 제주지역도 직불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조건불리직불제는 역시 한계를 갖고 있었다. 우선 농사를 짓는 농지가 읍면 지역에 있어야 하고, 원칙적으로 사는 곳 역시 농사를 짓는 농지와 같은 읍면이어야 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 삼양동·화북동·아라동과 같은 동 지역은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2009년 지역과 작물에 관계없이 직불금을 지급하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2011년 말에 통과됐다. 하지만 예산부족의 이유로 모든 밭 작물에 대한 직불금 지급은 2015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또 그 사이에는 필자의 요구로 콩·보리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밭직불금을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동 지역 농지를 경작하거나 농지와 다른 읍면동에 거주해도 26개 품목에 대해서는 직불금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26개 품목을 제외한 감귤·당근·무 등을 재배하는 경우 기존 직불제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었다. 또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의 2015년 시행도 순조롭지 않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밭 직불제 전면 실시를 위한 예산 중 일부만이 포함된 것이다.
이에 국회 심사과정에서 여야 지도부를 설득하는 등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국회에서 800억원을 증액해 총 1900억원의 밭 직불금 예산을 확보했다. 그 결과 제주 전역의 밭 농업 직불제 실시가 가능해졌다.
아직도 밭 농업직불제의 완성을 위해 가야할 길은 멀다. 특히 밭 농업직불금의 단가 인상이 절실하다. 조건불리직불금은 ㏊당 50만원(농업인에게는 ㏊당 40만원), 기존 26개 품목의 밭 직불 단가는 ㏊당 40만원이지만,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나머지 밭 직불 적용 품목의 지급단가는 ㏊당 25만원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는 정부는 ㏊당 25만원의 단가를 고집했다. 그 이유는 직불제가 자연보전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전하는 것인데, 정부의 용역결과 밭의 공익적 가치는 논의 25% 라는 것이다.
용역결과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선 밭작물 간에 공익적 가치에 차이가 난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단가를 차별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더불어 밭직불제 도입은 FTA에 따른 피해대책과 식량자급률 향상의 목적도 있다. 그런데 FTA의 피해를 입는 것은 논 농업이 아니라 밭 농업이고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약 3.7%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밭직불금에 대한 홀대는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밭직불제 간의 단가 차이, 논농업과 밭농업과의 직불제 차별 해소는 여전히 제주농업의 과제이다. 밭농업직불제의 완성은 쌀 위주의 농업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자 그 직불금만큼 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적 정책이다. 따라서 제주 사회와 농업계의 더 큰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필자 또한 밭농업직불제의 완성을 위한 길을 중단 없이 걸어갈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