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 때 돛을 올리자”
바람이 분다. 순풍이다. 어기영차 배를 띄우자. 사실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그렇게 지내왔다. 그래서 또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배를 띄운다. 무슨 이야기인가?
이야기는 이렇게 거슬러 올라간다. 그럭저럭 필요한 물건만 만들어 쓰던 마을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딱히 내다팔 것도 없다. 오로지 호구지책으로 딸린 식구들이 자산이요, 성실함이 전부였다. 그러던 차에 변화가 찾아왔다. 먼 마을 사람들과의 왕래가 이루어졌고 교역의 필요성을 느꼈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다 파니 돈이 된다는 것도 배웠다.
관(官)에서는 건너 마을과의 교역을 장려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다 팔 물건을 만들 장인이 필수다. 상인들에게는 이들을 스스로 만들어 낼 바탕이 없었던 터라, 학교에서 대량으로 쏟아내는 인력 중에서 뽑아 썼다. 물건은 잘 팔렸다. 어느덧 부자 마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살림살이도 커졌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수십 여 년 간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관 주도, 학교 중심의 사람을 만드는 시스템에 제동이 걸린다.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야기인 즉은, 다양하고 세분화된 재화를 만들기 위해 그만큼 전문성 있고 현장냄새가 많이 나는 기술자가 필요하단다. 현장과는 저만치 떨어져 있는 교육이 이미 기업의 입맛에서 멀어진지 한참이라는 지적이다.
아쉬운 대로 쓰기는 한다만 다시 또 교육을 해야 하니 볼 멘 소리가 저절로 라며 말이다. 불만이라면 구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우골탑(牛骨塔)이라. 소 팔고 부모 등뼈 휘게 하며 힘들게 배웠는데 시장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대략난감이 아니겠는가.
근대화와 함께 우리 고용시장을 둘러싸고 산업과 교육이 걸어온 길을 빗대어 재구성한 이야기다. 고심 끝에 정부가 해결책을 내놨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다. 바로 일학습병행제다. 기업이 주체가 돼 학습근로자 형태로 채용하고 교육하는 것이 요체다. 비용은 국가가 지원한다. 학교는 기업현장 여건상 불가능한 교육을 맡는다. 무엇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근로자라는 안정된 신분 위에서 학습한다는 게 달갑다.
제도 시행과 함께 기업의 고용형태가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학교가 만들어 놓은 인재를 데려다 쓰는 지난 방식에서 직접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으로다. 이미 2000여개가 넘는 기업들이 이 제도와 함께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최근 들어 롯데호텔과 우리은행·포스코·CJ같은 대기업도 줄이어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이 속속 합류하는 것은 그만큼 이 제도를 통해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학습근로자수도 동반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현재 1100명에 이른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인 75%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할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아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때맞춰 일학습병행제 첫 수료자 모두가 해당기업에 정식 직원으로 모두 채용됐다는 소식이 반갑다. 언론 속에 노출된 그들의 환한 미소에 100만 구직 청년들의 꿈이 어려 있다.
기업과 학습근로자의 이렇듯 높은 만족도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5점 만점에 기업은 3.71점을, 학습근로자는 3.98점을 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밝힌 모니터링 결과가 그렇다.
근대화 이후 직업교육에 있어 이렇게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었던가. 일학습병행제는 인재양성의 주체를 학교에서 기업으로, 인재평가의 가치를 학력에서 능력으로 전환하는 배다. 제도의 성공적인 출항은 더욱 고무적이다.
모처럼 변화의 바람이 일 때 힘주어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자. 더불어 모든 국민들도 이들의 항해에 관심과 함께 박수쳐 응원할 일이다. 이번 바람을 놓치면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 능력중심 사회는 요원하다. 바람 불 때 돛을 더욱 높이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