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산지폐기…빚만 주렁주렁 '절망'"

제주 월동무비대위 어제 자정결의대회
"비상품 자율폐기·고품질 생산 국민에 약속"

2014-12-03     고권봉 기자
“월동무를 재배해 한 해 먹고 사는데 지난해 산지 폐기한데 이어 올해 또 과잉 생산으로 걱정이 앞선다. 지난 3년간 가계 빚만 대추나무에 대추 열리듯 주렁주렁 달렸는데 또···.”

8년 넘게 월동무를 재배하고 있는 현호성씨(53)는 밭에서 자라고 있는 월동무를 생각하면 깊은 한숨이 먼저 나온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계속 적자를 본 데 이어 지난해 산지 폐기해 가정 경제가 도산 직전에 이르렀지만 올해도 가격 하락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씨는 “지난해에는 작업비와 운송료 등을 지급하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며 “올해는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어렵게 살아가는데 정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3일 농협 등에 따르면 올해 도내 월동무 재배 면적은 4189㏊, 생산량은 31만4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재배 면적이 8.4% 줄어들었지만 생산량은 5.5% 늘어났다.

최근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무의 경우 생산량이 크게 늘어 시장 상황 전망이 밝지 않다.

또 월동무 상품 18㎏PE대 당 평균 손익분기점은 8000원이지만 올해 가격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월동무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가격 하락이 우려되자 수급 안정을 위해 농가가 스스로 나섰다.

3일 제주 월동무 비상대책위원회(회장 정길남)는 성산일출봉농협 유통사업소 광장에서 월동무를 재배하는 농가와 유통인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 월동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정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비상품 월동무는 수확과 세척과정에서 자율적으로 폐기하고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목초지나 부적지 등에 월동무 재배를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며 제주 월동무 경쟁력 강화를 위한 5개 항의 실천 결의문을 낭독, 채택했다.

특히 이들은 “7~8입에 대해 비상품으로 지정해 자율 폐기하고, 생산자 스스로 품질 좋은 월동무를 생산해 출하에 앞장선다”며 “우리는 건전한 유통질서를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전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원칙하에 우리 스스로 철저히 배격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매일 고권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