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기자 論

2005-05-13     안창흡 논설위원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공직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부정·부패와 비리의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을 빌지 않더라도 일부 공직자들의 추한 행위가 전체 공무원들을 욕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지는 소식들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수용자들의 편에서 볼 때 “다 똑같다” “털어서 먼지 나오지 않을 사람 있나”라는 자조와 자괴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청렴하며 자기 직분에 충실하고 국민들을 위한 봉사자로서 묵묵히 일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한없는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제대로 평가해 줄 때 비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이 사회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돌출되는 사회적 문제의 시발점에는 ’결탁‘이라는 단어가 자리잡고 있다. 끼리끼리,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형님·아우 하면서 패거리를 이루는 문화가 빚어내는 결과물인 것이다.

 끼리끼리만의 문화를 털자

한편으로 볼 때 끼리끼리 문화가 심한 곳이 언론계라 할 것이다. ‘결탁’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일부 기자들의 세계가 떠올려진다. 마음에 들면 과대포장해 선전해 주고 잘못 대접하거나 밉보이면 조지고 죽이는 잘못된 기자들의 행태를 종종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행이 없어질 때 우리 사회가 맑아질 것은 자명하다. 제대로운 언론역할 수행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그것은 전적으로 기자들의 자질 문제이다. 권력에 빌붙어 웰빙(시쳇말로 ‘잘 먹고 잘 사는’)을 일삼던 기자들의 속성이 이같은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을 낳았다.

 제주지역에서 웰빙의 원조는 일부 기자들이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5, 6공 시절부터 권력의 편에 서 있던 기자들이 그들이다. 끼리끼리 문화가 극심한 시절이기도 했다. 지방 토호세력과 언론의 동고동락은 제주발전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던 반면에 상대적으로 해악을 끼친 점도 많았음을 간과할 수 없다. 제주도가 골프장 별천지로 변신해 나가는 것에도 어쩌면 이같은 일부 기자들의 공이 지대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공포정치에 국민들이 짓눌려 있을 때 접대 골프에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던 고급 룸싸롱 VIP 향응을 받던 기자들.

이런 부류를 가리켜 사이비 기자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이비 기자에도 급이 있고 여러 층의 질이 있다. 최근에 공공기관마다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하며 9천원짜리 도서를 몇십만원에 강매하는 치들은 그야말로 졸짜 저급 사이비기자라 할 것이다.

사이비 기자 일조 필요 

사이비 기자라면 적어도 기관 단체장들과 형님·아우 하는 사이는 되어야 제대로운 행세를 할 수 있는 법이다. “형님, 그 친구 내가 아끼는 동생입니다.” “형님, 그 친구 못씁니다. 경제적으로 문제가 참 많아요” 이런 정도로 사사건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자가 진짜 사이비 기자이다. 요즘 제주도정에 대한 언론의 평가들을 비교해 보면 흥미롭다. 올곧은 평가를 하는 언론매체가 있는가 하면 어물쩍 넘어가거나 아예 언급을 피하는 언론들도 있다. 오히려 잘못을 계속 하게 잘한다고 부추기는 기자들도 본다.

제대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이 당장에는 마음 편해도 그것이 도정을 썩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사이비 기자들이 대개 그러한 잘못을 범하는 법이다. 현재 제주지역에 사이비 기자는 극히 일부라 할 수 있다. 몇몇이 “도대체 기자들은 뭐하는 거냐?”는 비아냥을 듣게 만든다. 문제는 이들이 후배들에게 잘못된 관행을 학습시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이다. 진정한 기자는 허풍을 떨지 않는 법이다. 매사에 자기 검증의 도덕률을 지니고 겸손한 자세를 지녀 제 역할을 해내는 기자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기자상이다. 사이비 기자들에게 우리 지역사회가 기대할 것은 커녕 후배가 배울 것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