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 물리고도 장거리 병원으로 가 달라니…

2005-05-13     제주타임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나 제주사람들은 4월에 내리는 봄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제주의 오름과 벌판에는 봄이 되면 두릅, 쑥, 고사리등 풍성한 산나물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고사리는 채취하기 쉬워서 고사리 꺾는 사람들이 봄비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특히 주말이면 온 가족이 고사리를 꺾고 자연의 푸르름을 만끽 하기위해  중산간 오름 및 들판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런 관계로 각종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고사리를 꺾다가 중산간 곳자왈에서 길을 잃어 경찰 및 소방관들이 동원되어 실종자 수색을 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뱀에 물려 구급차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런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은 뱀에 물리고도 장거리 병원으로 이송해달라는 것이다.  그 사유인즉 병원이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이다.
독사가 아닌 일반 뱀에 물렸을지라도 장거리 이송시에 세균감염에 의한  환자 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있어 근거리 종합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한다고 누차 설명해도 장거리 이송요청은 구급대원들을 정말 난처하게 만든다.
더구나 보호자들이 강력히 이송 요청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아직도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이 응급상황이라기 보다  편의적 이용으로만 생각하는 일부 도민들이 간간히 있다.

필자는 구급대원을 10년 이상 해오면서 그런 사례들을 많이 접하곤 했다.
겨울철 급강하된 날씨로 인해 전 도로가 빙판길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막무가내로 장거리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한다.
소방파출소에서는 구급차가 1대 뿐이며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 대형재난사고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 근거리 병원에서 치료하라고 간곡히 호소하곤 했다.
도로 결빙시 응급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를 장거리 병원 이송시 걸리는 시간은 일반적 도로상황과 달라 시간 소모가 상당하여 관할 지역 구급공백으로 인한 제2의 사건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여 살릴 수 있는 인명을 구하지 못 할 수 있다고 간절히 요청 해보지만구급대원의 자제요청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할 때가 많았다.

소방방재청 산하 대응관리국 구조구급과의 2004년도 구급활동 분석에 의하면 전체 이송환자수 25.6%가 단순환자를 이송하였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그리고 2005년도 행정자치부 구급대 및 구조대의 편성겳楮도楮?관한 규칙 개정령에 의하면 구급대원은 환자의 중증도 및 질병내용을 고려하여 응급 의료기관중 환자의 치료에 알맞고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불필요한 원거리 이송과 비응급시 구급차 이용은 나의 편의일지는 모르나 이웃의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여야 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응급환자 처치와 응급이송을 해야할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일부 사람이 편의적 이용을 함으로써  타 지역 구급대가 도착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곧 나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형 규<서부소방서 한경파출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