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시복식땐 제주출신으로 유일하게 포함"
어제 김기량 시복감사 현양대회…천주교인 5000여명 참석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지난 30일 오후 1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순교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시복 감사 현양대회’를 개최했다.
현양대회는 제주의 첫 가톨릭신자이자 순교자인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1816~1867)가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추앙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현양대회에는 김기량의 후손들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도내 천주교인 5000여명 등이 참석했다.
강론을 맡은 강우일 주교는 “지난 8월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내 천주교 순교자 124인에 대한 시복식을 주례했다”며 “이 시복대상에 제주 출신으로는 김기량 순교자가 유일하게 포함됐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어 “김기량 순교자가 복자반열에 오르면서, 제주 천주교에도 큰 경사가 났다”며 “도내 천주교 신자 5000여명이 한데 모여 김기량 순교자가 복자가 됨을 축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우리의 마음을 전할수 있어 기쁘다”며 “김기량 순교자를 비롯해 복자들의 순교영성과 삶을 받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에는 훌륭한 순교자들이 많지만, 누락된 순교자들이 더 많다”며 “먼 훗날 우리가 시복청원 대상자로 선정한 252인 모두 복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강 주교의 강론에 앞서 신자들은 김기량의 생애를 정리한 영상을 시청했으며, 복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노래와 뱃노래 등을 불렀다.
한편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출신인 김기량은 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 동료들을 모두 잃고 중국 광동 해역에서 영국 배의 구조를 받았다. 80여일 동안 이 곳에서 머문 김기량은 신학생 바울리노에게 교리를 배워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첫 번째 신자가 됐다.
김기량은 1860년 가족을 중심으로 20여명을 입교(入校)시켰고, 자신의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에게도 교리를 가르쳐 예비신자가 되게 했다.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난 직 후 무역을 하러 통영으로 나간 김기량은 이곳에서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체포됐다. 수차례 문초와 형별을 받았으나 굴하지 않고 굳게 신앙을 지켰다.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