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와 우리의 안보환경

2014-11-20     제주매일
옛날 황해도 어느 마을에 가난한 선비가 사또의 딸을 사랑했고, 사또의 딸도 선비를 사모해 두 사람은 용기를 내 사또에게 혼인을 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사또는 선비를 못마땅히 여겨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매일 남몰래 만났고, 이를 눈치 챈 사또는 자기 딸을 외딴섬으로 귀양을 보내고 말았다.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생각에 시름시름 앓던 선비에게 어느 날 백학이 꿈속에 나타나 흰 쪽지를 보여주며 “여기 쓰여져 있는대로 찾아가라”고 말한 뒤 사라져 버렸다. 적힌 대로 장산곳에서 배를 타고 사또 딸이 있는 섬까지 온 선비는 그녀와 감격스러운 재회를 했고 그곳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위 이야기에 등장하는 섬은 서해 최북단 백령도다. 백령도는 국방의 최전선으로 심청전에 등장하는 험한 바다인 인당수와 북한의 장산곳 근처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백령도는 북한에서 불과 11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북한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처럼 껄끄럽지만 우리나라에게는 군사적 요충지다. 백령도는 인천에서 쾌속정을 타고 4시간 이상 가야 하는 까마득히 먼 섬이다.

최근 백령도를 방문 한 적이 있다. 가는 도중 서해교전, 연평해전 같은 북한의 도발로 빚어진 분쟁구역을 스쳐 지났다. 도착 후 천안함 46인의 용사들을 기리기 위한 위령탑 앞에서 방문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묵념했다. 용사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었다. 앞으로 할 일이 태산 같이 많았을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역사의 현장 앞에서 남북 대치상황을 잊고 지내온 안이했던 자신에게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안보에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아무리 세계경제 대국의 반열에 가까이 접근했다 할지라도 전쟁이 한 번 발발하는 날이면 우리의 평화와 미래의 번영은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심각히 생각할 때가 바로 이 순간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