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와 눈 맞추며 대화…자식처럼 돌봐 1등 한우”
부농의 꿈이 영글다 (2) 김맹종 한우 축산 농가.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국내 쇠고기 수입량의 99%를 차지하는 ‘빅3’ 호주, 미국, 뉴질랜드와 FTA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쇠고기는 25만7000t으로 국내 생산량인 26만t과 비슷한 수준이다.
쇠고기 수입 자유화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지난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쇠고기 자급률은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2012년과 2013년에 사료 가격 폭락 사태로 국내 축산 농가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하를 늘린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할 경우 자급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한·중 FTA도 타결됐다. 이에 제주도내 20개 농업인단체로 구성된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고문삼)는 타결된 한·중FTA 철회를 촉구하며 지난 11일 도청 광장에서 일부 회원들이 삭발을 하는 등 강경 투쟁의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축산 농가들은 망연자실(茫然自失)하고 있다.
자동화 시설 없는 1000평 축사에 한우 200마리 키워
헌마공신 후손답게 선조 목축기술 그대로 전수해 적용
직접 기른 풀 농약 걱정없고 타 농가 비해 경쟁력 우위
▲한해 조수입 3억원
국가간 FTA 체결로 인해 모두들 ‘변해야 산다’,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며 농사 현장에서도 신(新)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뒤로한 채 조상들의 전통 방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는 농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에서 가업인 축산업을 이어 받아 20년 넘게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맹종씨(50·전국한우협회 제주도지회장)다.
김맹종씨는 축사 3305㎡(약 1000평)에서 한우 200마리 정도를 사육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해 조수입 약 3억원을 올리고 있다.
김맹종씨는 “조선시대에 임진왜란과 광해군 12년, 인조 5년 등 국가의 위기 때마다 제주에서 기른 말을 바친 헌마공신(獻馬功臣) 김만일(1550∼1632)의 후손”이라며 “대대로 목축업을 해오고 있어 옛 선조의 기법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고 원천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천 기술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김맹종씨는 그 거위를 품고 FTA의 파고를 오늘도 이겨내고 있다.
▲신(新) 기술보다 구(舊) 기술
사육하는 암소가 낳은 숫송아지를 비육해 출하하는 이른바 일괄 사육을 하고 있는 김맹종씨를 지난 11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에 있는 농장에서 만났다.
한해 조수입 3억원을 올리는 그였기에 축사 시설부터 궁금했다.
하지만 그의 축사에는 많은 송아지가 사육되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허름하게 느껴졌다.
소 값 하락과 사료 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축산 농가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기 위해 축사 내 폐쇄회로(CC) TV 설치를 비롯해 자동급이·급수 시설, 자동분무소독시설, 다목적 전동차 등 자동화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는데 여긴 정반대였다.
바람과 비 등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철제 건물일 뿐 어느 것 하나 자동화시설은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다른 축사와 다르게 송아지 울음소리가 매우 우렁찼고, 활발하게 움직였다. 또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오히려 곁으로 다가왔다.
김씨는 “축사 시설 신기술 도입이요? 물론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을 도입한 영농 방법이 많은 소득 창출을 낳고 있기는 하다”며 “하지만 그러한 기술은 송아지와 눈을 맞춰 먹이를 주며 대화할 수 없고, 자식처럼 아픈 곳을 살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근 농장주들도 자동 급여 시설이라고 설치했다가 지금은 다들 제거하고 있다”며 “특히 한우 생산비 절감과 품질 고급화를 위해서는 완전혼합발효사료(TMF)를 일정량 먹이로 줘야 한우 등급이 좋게 나온다고 알려졌는데 TMF는 자동화 기술로 주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는 “시대가 변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축사로 가서 사료와 건초를 손에 들고 와 일일이 그들과 눈을 맞추며 먹이를 나눠준다.
또 축사를 돌아보며 아픈 곳은 없는 지, 먹이는 잘 먹고 있는 지, 울음소리는 우렁찬 지, 불편한 곳은 없는 지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본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고 나서 늦은 아침을 먹으러 집으로 향한다.
그는 “제주대학교를 졸업한 후 일반 시중은행을 10년 다녔다. 하지만 대대로 이어져 온 목축업을 외면하지 못했다”며 “제 나이도 쉰. 지천명(知天命)이다. 올해 일흔여섯되신 부친에게 일을 배운지도 20여 년이 넘었다.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쇠고기 브랜드가 만들어져 제주 한우가 국내 상위 1%의 한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경영비 절감은 풀 사료 재배
우시장에서 6개월 정도 된 숫송아지의 1마리 가격은 250만원~300만원 수준이다. 30개월을 키워 400㎏으로 출하하면 현재 650만원~7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료비만 350만원 정도 들어가 수익 계산은 어렵다. 그래서 축산 경영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라남도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 볏짚을 사료로 사용한 7개 농가의 한우 49마리가 농약 중독증으로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남 일부 농가에서 나방류 방제용으로 쓰이는 포레이트라는 농약을 벼멸구 방제용으로 논에 뿌렸고 이 농약이 묻은 볏짚을 먹은 소들이 농약에 중독돼 죽은 것으로 판명됐다.
한우가 폐사한 7개 축산농가에 공급된 볏짚을 생산한 곳은 전남 5개 시군의 126개 농가였고, 제주 등 5개 지역 110곳의 축산 농가가 이 볏짚을 구매했다. 소를 출하할 때 이전에는 하지 않던 농약잔류검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농장은 이러한 말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이는 그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초지에서 풀 사료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기 집 텃밭에서 키운 야채를 먹는 것과 같은 안전성, 경제성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그의 풀 사료 재배 지역은 신풍리와 대천동으로 약 82만6446㎡(25만평) 규모다. 이 때문에 소를 키우는 일 외에 먹이를 재배하는 일까지 하는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이처럼 그는 소를 낳고, 기르는 동안 외부의 큰 도움 없이 ‘자급자족(自給自足)’으로 해결, 경영비 절감과 고급육 한우 생산비율을 높여 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렇게 일을 해도 사료값 등으로 인해 금융권에 1억원 정도의 빚을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그의 숙명이다.
그는 “소는 풀을 안 먹으면 안 된다. 하지만 도내에 볏짚이 넉넉하지 못해 육지부에서 사오는 볏짚으로 인한 말썽이 너무 많다”며 “농약도 문제지만, 날씨가 좋으면 볏짚 가격이 내려가고 날씨가 안 좋으면 볏짚이 줄어들어 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면 자동으로 비육비가 늘어나게 되고 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기른 풀을 베어다 먹이니까 농약 걱정을 하지 않고 다른 농가에 비해 경쟁력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매일 고권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