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그리고 3년

2014-11-18     제주매일
지난 11월 11일은 너무나 조용했다. 3년전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 타이틀은 획득한 날이다. 그럼에도 간단한 기념행사도 없이 그냥 지나갔다.

2011년 11월 11일은 정말 대단했다. 그리니치 표준시로 11일 오후 7시7분(한국시간 12일 오전4시7분), 뉴세븐원더스(N7W)재단이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세계7대자연경관에 제주가 포함되자 결과발표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제주아트센터는 일순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발표장은 “제주도”를 연호하는 소리가 계속 터져나왔다. 당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우근민 지사·양성언 교육감·허향진 제주대 총장·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참석자 모두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충분히 그럴만했다. 2009년 7월 28개 최종 후보지에 제주도가 포함된 이후 2년여에 걸친 범국민적 노력의 결과였다. 120만 내외 제주도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추진위원회가 결성,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주에 2차례 투표했고, 국회는 ‘세계7대자연경관 지원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적극 성원했다.

제주도를 넘어선 국가 차원의 쾌거로 평가됐다. 최광식 문광부 장관은 “7대 경관 선정으로 제주는 관광의 보고, 대한민국은 관광대국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우근민 지사와 문대림 도의회 의장, 양성언 도교육감, 부만근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도민추진위원장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감동을 쏟아냈다. 이들은 “드디어 우리 제주가 세계인들의 보물이 됐다. ‘세계7대 자연경관’이라는 불멸의 세계 타이틀을 따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린 학생들은 고사리 손으로 저금통을 깼고 70대 할머니들은 간이식당을 열어 수익금을 내주었고, 베트남에서 시집온 며느리는 효행상 상금을, 재일동포는 고향 제주를 위해 뭉칫돈을 전화투표 요금으로 기탁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세계7대자연경관 제주 활용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 3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지역 차원의 대안도 강구되지 않았다.

선정 이후 불거진 논란이 원인이긴 하다. 몇몇 언론이 N7W재단의 실체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7대경관의 가치를 폄하하고 나섰다. 누군가는 세계7대자연경관은 선물이 아니라 포장지에 불과하다고까지 했다. 211억원에 달하는 행정전화요금도 ‘혈세낭비’ 지적을 받으며 발목을 잡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주도다. N7W재단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행정전화 요금 등에 대한 검찰 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이어지자 꼬리를 말아버린 것이다. 검찰과 감사원에서 ‘이상무’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아예 손을 놔버렸다.

수사·감사와 상관없이 7대경관 브랜드 활용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이를테면 세계7대자연경관 타이틀이란 결과는 ‘달’이고, 과정은 달을 가리키기 위한 ‘손가락’인 셈인데, ‘잘못된’ 손가락을 이유로 눈앞의 달을 보지 않는 우를 범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달을 봐야 한다. 그래야 고사리 손으로 저금통을 깨뜨린 어린이, 수고를 아끼지 않은 70대 어르신, 베트남 며느리, 힘겹게 번 뭉칫돈을 쾌척한 재일교포에게 얼굴을 들 수 있다.

7대경관 타이틀이 선물이 아니라 포장지여도 상관이 없다. 제주라는 관광지를 멋있게 포장하는 데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실체 논란을 빚었던 N7W재단은 ‘멀쩡히’ 존재, 지금은 ‘7대도시’ 선정 이벤트 등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당시 기쁨을 나눴던 행사장에 원희룡 지사도 있었다. 집권여당 최고위원의 자격으로 참석한 원 지사도 세계7대자연경관 제주 타이틀의 가치에 공감했다는 얘기다.

주저하지 말자. 중앙정부에도 과감히 요구할 것은 요구하자. 중요한 것은 2011년 11월 11일이 120만 내외도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수백억원 대의 사기극을 벌인 날로 기록돼선 안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