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제주는”
2014-11-12 제주매일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우리 제주가 범죄 다발지역으로 변모해버렸다. 대검찰청은 해마다 그 전년도에 전국에서 발생한 범죄의 건수와 내용을 여러 각도와 관점에서 분석하여 ‘범죄분석’이라는 통계를 발표하는데, 제주의 상황이 심각하다.
‘2012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1년 제주시는 인구 대비 절도사건 발생비율이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이마저도 타 시·군에 비해 2배에 가까웠다. 2년 뒤인 2013년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2013년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에서도 전국 최고의 발생률을 기록했다. 살인·강간 등 성폭력 사건과 아동유괴 사건에서도 두 번째로 발생률이 높았다.
방화사건에서는 전국 세 번째를 기록했다. 교통사고 범죄나 음주운전, 폭력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발생한 범죄야 그렇다 치고 발생 후 범인검거 등 사건 해결도 문제다. 최근 15년 전 발생한 모 변호사 살인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채 공소시효를 넘겨 이제는 범인을 잡더라도 처벌할 수도 없게 됐다.
너무도 다양한 범죄 형태로 인하여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구이동이 빈번하고 익명성이 두드러지는 등 지리나 인구 구조의 변화가 한 몫을 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 증명이 됐다.
환경적 요소 또한 범죄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 있다. 이른바 ‘깨어진 유리창 법칙’인데 불량배가 가게 유리창을 깨고 달아난 경우 이를 근본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마지못해 종이로 깨어진 창을 가리는 것처럼 작은 무질서와 사소한 범죄도 방치하면 심각한 범죄로 번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를 예방하려면 밝고 건강한 환경을 설계하고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제주는 매일 수만 명이 들고 나는, 다시 말해 유동인구가 하루에도 10만 명에 이르는 움직이는 섬이 됐다. 관광 산업도 이제 성·비수기가 따로 없을 정도로 제주는 사람과 차가 넘쳐난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이다. 본시 자연이란 ‘스스로 그럴 듯’ 또는 ‘그대로 있어서 그런 양’ 한 것이다.
3多의 자연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것을 탐하거나 피해를 줄 이유가 없다. 먹고 살길이 특별히 없을 일도 없다. 그래서 제주는 3無의 섬이기도 하다. 그러한 자연과 인문 환경이 함께 있어 ‘제주다움’을 만들었을 것이다. 관광객 등 유동인구의 증가와 제주의 범죄 증가가 연결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좋은 것이다. 반가운 손님들임에 틀림없다.다만 혹여 돈맛을 알아 돈의 논리만 쫓아 뭐든지 하는 신발 신은 동물들이 제주의 가치를 훼손한다거나 순진무구한 사람들에게 혼란을 조장해 그것 때문에 연대감을 무너뜨리고 이기심을 만들어 나쁜 짓을 하게 한다면 그것이 만에 하나라도 크게 경계할 일이다.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 등 웰니스(wellness)가 개개인에게 최상의 가치가 된 세상이다. 좋은 환경에서 맘껏 숨 쉬는 자유를 만끽하며 안전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그리 큰 욕심도 아니다.
시민들은 누가 제주시장이 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특별한 자치도가 범죄 없고 안전하고 건강한 제주다운 땅이 될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다. 도민들은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위정자들을 기대한다.
생활정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세계가 인정한 이 땅 제주,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가 한데 어우러져 대대손손 살고 싶은 제주가 우리 세대가 만들어나가야 할 살기 좋은 제주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