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재취업 門 ‘내일배움카드’로 열었죠”

[일자리가 복지다] ③내일배움카드 제도
훈련생이 직접 훈련 기관·과정 자유롭게 ‘선택’
지원 한도 1인당 200만원 훈련 장려금도 지급
필요한 기능·기술 등 집중적으로 습득 큰 장점

2014-11-11     김동은 기자

제주지역 취업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해 지표에 비해 체감 고용사정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는 2012년 1만6000명에서 지난해 2만900명, 올 들어서도 8월 말 현재 2만1600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짧은 노동 시간과 임시·일용 근로자인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은 사실상 실업 또는 반(半)실업 상태인 실정이다.

▲ 내일배움카드 제도란

실업자가 직장을 구하거나 창업하는 것을 돕기 위해 고용센터가 여러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직업 훈련비를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내일배움카드는 실업자에게 일정 금액(1인당 200만원)을 지원해 그 범위 내에서 직업능력개발 훈련 과정을 스스로 선택, 필요한 시기에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실업자의 취업에 필요한 기능·기술 습득을 위한 훈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해 오던 실업자 직업훈련이 2008년 내일배움카드 제도로 전환, 제주도에서는 2012년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다.

기존 실업자 직업훈련이 사전에 고용센터로부터 훈련 인원을 배정받은 기관이 훈련생을 모집하는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됨에 따라 현장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내일배움카드 제도는 훈련생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훈련 서비스 전달 체계를 전환해 훈련생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훈련 기관과 과정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훈련을 받을 수 있다.

또 제주에서 발급을 받더라도 인터넷 훈련 과정을 포함해 전국 어디서나 훈련에 참여할 수 있는 데다 자신에게 적합한 단기 과정들을 조합해 수강, 맞춤형 훈련 과정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내일배움카드 제도 지원 대상은 훈련 상담을 통해 직업훈련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구직 중인 실업자 또는 현재 연간 매출액이 80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이다.

특수 형태 근로자 중 학습지 교사와 골프장 경기 보조원, 보험 설계사는 연간 소득이 4800만원 미만인 경우에 해당된다.

지원 한도로는 1인당 계좌 한도는 200만원이며, 유효 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다. 훈련을 받는 동안 출석률이 80% 이상인 경우 훈련 장려금이 최대 11만6000원이 지원된다.

훈련비의 50~70%가 지원되는데 불필요한 훈련 수요와 중도 포기를 줄이는 등 훈련이 성실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나머지 30~50%는 훈련생이 자비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저소득층 등 취업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훈련생 본인 부담을 전액 면제·감면해 경제적 여건으로 직업훈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특히 훈련 수료 후 6개월 이내 취업이나 창업을 하고 3개월 이상 유지(창업은 6개월 이상)할 경우에는 계좌 잔여 한도 범위 내에서 전부 또는 일부 환급해주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내일배움카드 발급 절차에서 2~4주간의 탐색 과정을 도입해 훈련 필요성을 판단, 꼭 필요한 사람에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가장 적합한 훈련 과정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리사 직종에 취업하고자 하는 훈련생인 경우 흥미·적성 등 자기 탐색을 시작으로 조리사 직업에 대한 이해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박선희 제주도 고용센터 내일배움카드 담당은 “훈련생의 합리적인 훈련 과정 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상담원이 체계적인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내 17개 기관·61개 훈련 과정

11일 제주도 고용센터에 따르면 현재 도내 17개 훈련 기관에서 미용, 공예, 음식업, 관광 통역, 웹디자인, 컴퓨터 그래픽, 세무 회계, 자동차 정비 등 모두 61개 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782명이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통해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이 중 119명이 취업 또는 창업에 성공했다.

김유미(43·여)씨는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활용해 북경중국어학원에서 훈련을 수강한 뒤 지난 10월 제주 신라면세점 내 한 화장품 브랜드에 매니저로 취업했다.

김씨는 “전업 주부로 집안일을 해오다 다시 직장을 얻게 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기분”이라고 취업 소감을 밝혔다.

그는 꼭 6년 만에 새 직장을 찾았다. 그에게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던 재취업의 문을 열어준 곳은 바로 제주도 고용센터였다.

지인의 소개로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재취업에 필요한 기능·기술 습득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씨는 “재취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됐다”며 “우연히 알게 된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통해 재취업의 꿈을 이뤄냈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면세점 주 고객이 중국인인데 현장에 와보니까 중국어 가능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며 “학원에서 배워둔 중국어가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필요로 하는 기능·기술을 집중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 내일배움카드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요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며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잘 모르는 실업자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며 “내일배움카드 제도라는 기회를 잘 살렸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가 하면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이도 있다. 정경애(49·여)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직업 훈련비를 지원받아 한라조리학원에서 한식 조리 직종으로 훈련에 참여했다.

정씨는 훈련을 통해 좋아했던 요리를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3월 오리고기 전문점인 ‘금수레’를 창업, 벌써부터 지역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씨는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잘 할 수 있게 됐다”며 “한식 조리 자격증을 따며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전했다.

정씨는 이어 “학원에서 기능·기술 습득은 물론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서 창업을 준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주부들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며 “주부들이 집안에만 있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현길호 제주도 고용센터 소장은 “노동시장의 변화 때문만 아니라 평생 학습과 평생직업 시대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직업능력 개발의 중요성은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 소장은 이어 “직업능력 개발을 통해 직업 역량을 제고해야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해 개인의 고용 안정성은 물론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또 기업의 생산성 증대와 함께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