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의미
미술관은 그림만 걸어 놓는 공간이 아니다. 좁게는 소속 지역에서, 나아가서는 한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21세기 들어 미술관의 기능적 역할은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아주 다른 기능적 공간으로써 발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의 어원은 무세이온(Museion)이다. 기원전 300년경 헬레니즘 시대에 학예의 여신 뮤즈를 경배하기 위한 신전이었다. 그리스어로 ‘뮤즈의 신전’, ‘철학의 기관’, ‘사색의 장소’로 지칭됐다. 해외에서는 뮤지엄(Museum)이라는 용어로 통칭되나 국내에서는 1991년 박물관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을 분리해서 사용되고 있다.
미술관은 오늘날까지 사회·문화·경제 등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미술관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도 변화해왔다. 미술관의 시작은 개인의 관심과 취향으로 수집된 물건을 진열,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었다. 20세기 들어서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수집·보존·연구·전시와 교류하는 공간, 제도화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즉 사회생활에 대한 대중적, 문화적 소통과 표현의 중추기관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전시의 기능을 넘어 관객맞춤형 다양한 문화사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봉사의 의미를 확립해 나가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지금은 미술관의 ‘고전적’ 기능은 물론이고 미술관의 안팎 공간을 장(場)으로 하는 교양, 문화생활 중심으로까지 역할이 확대됐다. 대중 모두를 위한 비영리 공공기관이자, 복합문화서비스기관인 것이다.
오늘날의 미술관은 한마디로 ‘소통’의 장소이다. 예전에는 미술관의 주요 기능이 수집품을 보관, 전시하는 장소였다면 현대에 이르러 미술관은 살아 움직이는 ‘소통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상도 예전에는 작품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대중, 관람객 중심으로 변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미술관이 작품을 보여주는 일방적인 전달의 기능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공간, 일종의 교육매체, 사회를 읽는 일정의 상호연관관계를 갖고 공공의 전체 목적에 공헌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오늘날 미술관은 공개적인 집단, 즉 작가와 관람객은 물론 관람객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생생한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장기능을 배제하고 전시기능을 강화시켜 아트센터 개념의 21세기 미술관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점차 미술관의 개념이 확대되고 참여와 정신적 소통을 통한 사회적 기능이 강조됨에 따라 작품을 소장하는 보관기능에서 공공 서비스 측면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술관은 그동안 설립목적에 따라 특정 이념이나 경향, 지역과 시대에 속하는 대상, 작품들을 수집하면서 정체성을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미술관 안에서 일어나는 내용물에 대한 해석이 미술관의 정체성이고 공적책임과 권한의 위상을 보증하지만 미술관에서 행해지는 작가의 ‘전시’와 ‘작품’, ‘작가이력’이 미술관의 유일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한다.
작가와 작품은 미술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적 실천의 시작이자 끝이 아니다. 미술관에서의 장기적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보존 활동의 기능은 지금의 ‘작가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진 작품’에서 거듭나야 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들이 이같은 비전 안에서 움직여지고 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불특정다수 인격의 관점들이 사물화 되는 곳이다. 현대의 미술관이 과거와 현재의 문명이 분비해낸 수많은 예술품들을 기억하고 환기하기 위한 유일한 제도적 창조물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미술관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그것은 언제나 외부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하며, 자연스럽게 창조의 활기를 지원하고, 진정한 의미의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한다. 특별한 배후가 있는 요구들에서, 억압이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론들을 부단히 도출해 나갈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