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재배면적·생산량 늘어…작년 상황 재연 우려
작년산 양배추 처리난으로 올해 초까지 한바탕 홍역을 치른 하희찬 조합장은 올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에서도 대표적인 양배추 산지인 애월을 비롯해 도내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방 양배추 상황 조사를 위해 나선 하 조합장은 지난 28일 “올해초 산지폐기까지 하면서 위기를 겪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 대책을 고민해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피력했다.
제주도 당국이 최근 채소류 재배 의향 조사를 벌인 결과 양배추 재배면적은 1931㏊로 작년보다 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산예상량도 11만9700t으로 2%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기상여건이 좋고 작황도 양호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작년 과잉 생산된 마늘과 무,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이들 농가들이 양배추로 대거 전환했다. 마늘 주산지인 대정 지역에서도 상당수 농가가 양배추로 작목을 바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가격전망은 어둡다. 최근 도매시장 가격은 8㎏(망) 기준 3300원대로 작년과 평년에 비해 각각 10.3%, 45.2%나 떨어졌다.
도내 양배추 재배면적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애월과 한림지역도 포전거래가 거의 끊겼다. 작년 3.3㎡(평)에 4000~5000원대에 30% 이상 거래된 것과는 상황이 딴판이다.
얼마 전까지 작황이 아주 좋은 경우 3000~4000원선, 나머지는 2000~3000원에 포전거래가 이뤄졌다.
하 조합장은 “수출로 활로를 뚫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쉽지 않다”면서 “농가 스스로 수급조절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됐는데, 여전히 생산과잉과 가격폭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제주매일 신정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