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실에서 ‘희망’이 자란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 지난 6월 치러진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선거 때 내세웠던 핵심 슬로건이다. 선거가 끝나고, 많은 이들이 이 슬로건을 그만 쓰자고 요청했다. 문장에 담긴 책임감이 너무 커서 임기동안 부담스럽게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내 생각은 달랐다. 슬로건을 그대로 쓰고 있다. 집무실과 접견실에 걸린 액자에는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글이 쓰여 있다. 존경하는 신영복 선생이 쓴 글이다.
슬로건을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교육의 근본 목적이다. 교육감을 포함해 모든 교원들이 지켜야 할 책무이자 사명이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제주교육’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결론은 단순하다. ‘단 한명의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교실과 학교를 만들면 된다.
모든 담임교사들은 새학기가 시작되면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필자가 교사로 재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읍면지역 학교에서는 ‘단 한명의 아이’를 늘리기 위해 모든 마을공동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힘을 합친다. ‘단 한명의 아이’를 차에 태워 학교에 매일 등교시킨다. 그만큼 한 명의 아이는 너무 소중하다.
문제는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실과 학교가 제주교육 현실에서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교사들이 본연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동안 실적 위주의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에 따라 교사들은 수업이나 상담보다 쏟아지는 공문처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해야만 했다. 오죽하면 ‘공문에 달인은 있어도 수업에 달인은 없다’는 자조적인 농이 생겼을까.
이제 교실이 바뀌어야 한다. ‘수업과 상담의 달인’들이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업무를 덜어내고, 업무가 사라진 자리에 아이들과 교사들이 사랑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본연 수업과 상담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직원들은 최대한 교실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감부터 교실을 충실히 지원해야 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이 아닌 ‘덜어내고 지원하는 행정’을 펼치려 한다. ‘덜어내고 지원하는 행정’이 정착되면 아이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키우고, 서열이 아닌 능력 성장에 초점을 맞춘 수업과 평가방식을 본격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각 학교마다 고유의 향과 전통이 살아있는 교육과정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주교육은 학생수 감소에 따라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25명이다. ‘선망의 대상인’ 국제학교 수준이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도 국제학교 수준으로 변화해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서열과 점수 중심의 경쟁교육이 아닌 배려와 협력이 중심인, 모든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고 독서와 토론수업을 수행하며, 외국어 하나 정도는 습득할 수 있는 제주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입제도 개선·고교체제 개편과 제주형 혁신학교 도입, 예체능 교육강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거나, 앞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도민들이 지금처럼 믿어주고, 소통의 원칙 속에 정책을 추진하면 제주교육은 적어도 10년 이내에 국제학교의 80%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제주교육이 아시아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제주의 아이들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당당히 세계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도민들과 늘 소통하고 합의하며 아이들이 행복한, 새로운 제주교육 100년의 기틀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