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표착지 ‘대야수포’의 정확한 위치 찾아야

하멜 표착지에 대한 역사적 규명 토론회

2014-10-23     박민호 기자

조선 효종(1653년) 때 네덜란드 상인 핸드릭 하멜 일행의 탔던 상선 스페르웨르호의 표착지점 규명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안창남)와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23일 제주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하멜 펴착지에 대한 역사적 규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1997년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를 지낸 이익태가 쓴 ‘지영록(知瀛錄)’이 일반에 소개되면서 하멜 일행이 제주에 표착했다는 지리적 근거에 대해 재조명해 보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지영록’에 수록된 ‘서양국표인기’를 통해 하멜이 표착한 곳은 대정현 차귀진 관할이던 대야수(大也水) 연변이라는 게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대야수가 어디인가 하는 것인데, 고문헌과 고지도 등을 대조해 볼 때 대야수는 바로 대야수포(大也水浦)와 관련이 있다.

현재 확인되는 고지도 가운데 대야수포의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표기한 것은 국립제주박물관에 전시된 ‘탐라지도(1709)’와 ‘해동지도’에 수록된 ‘제주삼현도’ 신지도(18세기 초), 그리고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전시된 ‘탐라지도(18세기 중반)’ 등이다.

확인 결과 대야수포는 현재의 영락리 바닷가이거나, 영락리와 무릉1리 경계 일대의 바닷가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고문헌에 보이는 거리나 위치로 볼 때 속칭 영락리 ‘큰 산물’이나 ‘고래통’ 일대의 개를 대야수포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때문에 ‘하멜 기념비’가 있는 산방산 앞 ‘용머리 해안’이나 ‘고근산 앞 바다’, ‘강정 해안’, ‘중문해수욕장’, ‘사계리 앞바다’, ‘모슬포 앞 바다’ 등의 주장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 행정은 사계리를 하멜 표착지로 규정하는 이중적이고 표면적인 문화행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오창명 제주국제대 교수는 “새로운 사료의 발굴로 하멜 표착지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지만, 행정에서는 역사적 규명에 손을 놓고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연구자들이 합리적인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