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주차장에 '비양심'만 드나든다
요금함 보고도 그대로 지나쳐
장기주차 '얌체족'도 늘어
제주시가 운영 중인 양심주차장이 ‘비 양심’으로 물들면서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제주시가 현재 운영 중인 양심주차장은 현재 병문천과 신제주로터리 등 2곳. 양심주차장은 이용객들이 자발적으로 요금(시간당 500원)을 내는 것으로, 인건비 등 예산절감을 위해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23일 오전 10시 신제주로터리(주차면수 57면)에 위치한 양심주차장은 ‘만차’였다.
오전 10시10분께 차량 한 대가 빠져나왔다. 차량 주인은 요금함을 슬쩍 보더니 그냥 지나쳐 버렸다. 이어 오전 10시22분에도 차량 한 대가 빠져나왔는데, 요금함을 쳐다보지도 않고 유유히 차를 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주차했다 나온 차량은 모두 10여대. 그 중 단 한 대만 주차요금을 납부했다.
양심주차장에 요금을 납부한 고철원(58·노형동)씨는 “점심 식사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요금도 저렴해서 늘 요금함에 돈을 넣는다”며 “요금을 안내는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문천에 위치한 양심주차장(주차면수 55면)도 상황은 마찬가지. 상당수 차량들이 요금을 납부하지 않고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요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장기간 주차하는 이용객이 늘면서 양심주차장 수입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신제주로터리 양심주차장 운영 첫해 수입은 총 300여 만원이였다. 그러나 이듬해 수입이 140여 만원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는 120여 만원으로 급감했다.
병문천 역시 시행 첫해 120여 만원에서 이듬해 34만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는 고작 7만7000원의 수입만 거뒀다.
한승현 제주시 교통행정과 주차관리계 주무관은 이에 대해 “첫해 시행과 비교해 수익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력이 없어서 유료주차장으로 바꾸지도 못하고 난감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매일 윤승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