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회에서 받은 사랑 기부로 되돌려 주고 싶어”

도내 '이너소사이어티' 18호… 20년 '기름밥'
가난·역경 딛고 시설 후원 등 '나눔의 삶' 귀감

2014-10-07     한경훈 기자
“나의 노력도 있었지만 주위의 도움이 있었기에 소득도 있었고 생활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회에서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지난 3월 제주지역 ‘아너소사이어티’ 18호 회원으로 가입한 삼성상사 양상우(46) 대표.

양 대표는 1993년 자동차 정비 일을 시작으로 20년 이상 소위 ‘기름밥’ 인생을 살고 있다. 2006년 독립해 어엿한 사장님이 됐지만 손에서 기름 냄새가 떠날 날이 없을 정도로 그는 여전히 카센터 노동자다.

그는 현재 제주시 아라동에서 자동차에어컨․냉동차 부품 도·소매 및 수리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래야 동생과 제수씨 둘 뿐이고, 여름철이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주 100시간 일한다”는 양 대표는 힘들게 번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는 ‘기부 천사’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큰 부를 쌓은 건 아니지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등으로 ‘나눔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는 1회에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5년간 1억원 기부를 약정할 경우 회원 가입이 된다. 그

의 따뜻한 ‘나눔’은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했던 삶의 아픈 기억에서 비롯됐다.

제주시 애월읍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먹는 게 해결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 지병 때문에 집안 살림이 어려워 고교 때부터 석재사․목수일 등 생활전선을 누벼야 했고, 대학(목포해양전문대 항해과)도 학비가 면제되는 곳을 선택했다.

양 대표는 “형편이 어려워 현재 소방공무원인 아내와 동거 7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고, 축사를 개조해 보일러도 없는 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고 아픈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카센터에 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이제는 ‘세끼 밥’ 걱정 않을 정도로 됐다. 생활이 안정되면서 그는 ‘나눔의 삶’에 눈을 돌렸다. 양 대표는 2011년부터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해 매월 업체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또 지역아동센터와 아동보호시설에 대한 후원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양 대표는 제주사회에 ‘나눔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사람들이 기부할 생각이 있어도 방법을 몰라 실행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어릴 때부터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후 언론에 이름이 알려지니까 ‘나도 좀 도와 달라’는 전화로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기부로 시선을 받으면 생활에 제약이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특히 “적십자회비 취지는 좋은데 통반장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내게 하는 것은 기부문화 확산 측면에서 의미가 없다”며 “주민들이 회비를 자발적으로 낼 수 있도록 홍보기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