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세태’ 마을 꽃까지 훔쳐간다
와흘리 마을 입구 산파첸스 절도 사건 수차례 반복 발생
760본 중 300본 이상 도난···현수막·CCTV 설치 등 검토
2014-10-06 김동은 기자
마을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입구 회전 교차로 화단에 심어 놓은 꽃을 훔쳐가는 사례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6일 와흘리에 따르면 마을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은 지난 5월 한 농가의 지원을 받아 마을 입구 회전 교차로 화단에 산파첸스 600본을 식재했다.
특색있는 잎무늬와 크고 또렷한 꽃봉오리를 가진 산파첸스는 봉선화과에 속하며, 선명한 꽃을 장기간에 걸쳐 풍성하게 피우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식물인 경우 뜨거운 날씨와 장마 등 악조건의 기후로 인해 꽃이 지고 나면 다시 개화하기가 어렵지만 산파첸스는 이를 이겨내고 연속 개화하기도 한다.
마을 입구 회전 교차로 화단에 산파첸스가 식재된 후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등 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산파첸스를 훔쳐가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주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이 같은 절도 행각은 산파첸스가 식재된 바로 다음 날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6월에 추가로 160본을 식재했지만 꽃 도난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산파첸스 1본당 유통가는 9000원 정도로, 현재까지 300본 이상을 도난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현장을 확인한 결과 마치 이빨이 빠진 것처럼 화단이 듬성듬성 비어 있는 등 꽃을 도난 당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처럼 꽃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산파첸스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데다 ‘나 하나 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이 만연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와흘리에 산파첸스를 지원한 농가 주인 강원모씨는 “마을 주민들이 땀흘려 가꾼 꽃을 훔쳐가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화단이 듬성듬성 비어 있어 미관상 보기에도 안 좋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꽃 도난 방지를 위한 경고 현수막을 걸거나 폐쇄회로(CC)TV 설치를 검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천창석 와흘리장은 “어제까지도 어떤 사람들이 꽃을 훔치려다 주민들이 나타나자 달아난 일이 발생했다”며 “정성스럽게 가꾼 꽃을 도난당할 때마다 허탈감이 매우 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꽃 도난을 막기 위해 조천읍에 폐쇄회로(CC)TV 설치도 요청한 상황”이라며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을 버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