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혈액 수급
도내 헌혈인구가 해마다 감소하면서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년간 대한적십자사 제주도혈액원을 통해 헌혈한 사람은 2002년 3038명, 2003년 3157명으로 약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으나 2004년에는 2968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채혈 실적은 목표의 90%에 그쳤으며, 올 들어서는 채혈목표를 지난해보다 적게 잡았는데도 3월말 현재 실적은 목표량의 21%밖에 안돼 연말에는 목표량의 85%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혈액수요는 계속 증가해 지난해의 경우 혈액공급 목표량에 비해 실제 공급량은 17%나 늘어났다고 한다. 헌혈자가 감소하면 혈액 재고 부족현상을 낳아 응급환자나 수술환자 진료를 어렵게 만들고 심한 경우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죽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과거에는 피를 사고 파는 매혈도 성행했지만 그것이 비위생적인 데다 인격마저 파괴하는 등 부작용이 커 지금은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헌혈만으로 혈액을 공급하고 있다.
실정이 그렇거늘 헌혈자가 줄어 혈액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혈액원은 헌혈 감소가 지난해부터 실시된 헌혈 실명제로 인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할 뿐 아니라 채혈절차가 강화돼 소요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일까. 도내 헌혈자의 60% 이상이 학생과 군인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꼭 실명제 때문에 헌혈인구가 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일반인들의 헌혈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는 데에 더 큰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또 얼마 전에 불거져 나왔던 적십자사의‘혈액 비리’도 일정 부분 헌혈을 위축시키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
헌혈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캠페인 등 홍보활동이 강화돼야 한다. 그것도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이뤄져야 지금과 같은 혈액 부족현상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