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후 찾아온 '풍년의 역설'…과일값 3년만에 최저
햇과일 출하량 급증…과일 전반 가격 하락 도미노
2014-09-28 제주매일
38년만에 가장 이른 추석 이후 본격화한 과일 출하로 공급량이 급증한 것이 가격 폭락의 원인이다. 특히 햇과일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끝물 여름과일과 막 수확이 시작된 단감 등도 덩달아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홍로 사과(15㎏ 상품)의 도매가격은 4만8천800원으로 월초인 1일의 7만1천원보다 31.3% 떨어졌다.
9월 평균 가격도 6만1천210원으로 역시 추석이 일렀던 지난 2011년(5만7천270원) 이후 3년만에 최저치다.
배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신고 배(15㎏, 상품)의 지난 25일 도매가격은 2만8천400원으로 월초의 5만6천600원보다 49.8% 떨어졌다.
9월 평균 가격은 4만1천27원으로 역시 2011년(3만8천85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추석후 폭락한 사과와 배 등 햇과일 가격은 복숭아와 포도 등 끝물 여름 과일은 물론 최근 출하가 시작된 단감, 하우스 감귤 가격까지 함께 끌어내리고 있다.
복숭아 백도 1상자(4.5㎏ 상품)의 9월 평균 가격은 1만6천460원으로 2011년(1만620원) 이후 3년 만에, 거봉 포도 1상자(2㎏, 상품)는 9천667원으로 2009년(8천386원) 이후 5년만에 최저치다.
이 밖에 단감, 밤, 하우스 감귤 가격도 작년 이맘때보다 17∼38%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처럼 과일 가격이 폭락한 것은 추석 이후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면서 공급물량이 늘어난 탓이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자료를 통해 추석 이후 사과와 배 출하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9%, 3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었다.
실제로 현장 전문가들도 이런 전망이 대체로 맞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 문경 거점 APC 김창식 과장은 "예년에는 추석 이후 햇과일 물량이 20∼30% 정도 늘어났는데 올해는 작년 이맘때보다 물량이 40% 가량 늘어났다"고 전했다.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격 폭락기를 피하기 위해 수확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께 문경에서 양광 사과 출하를 앞둔 한 농민은 "예년에는 사과 출하시기를 일부러 앞당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 추석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수확을 미루는 실정"이라며 "시세가 좋지 않아 며칠 더 기다려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과일 소비는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과일 매출을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한 결과 사과는 85.5%, 포도는 7.5%, 배는 3.8%, 복숭아는 45.9%, 감은 129.9%, 밤은 39.5% 늘었다.
이현규 이마트 과일 바이어는 "풍작으로 올해 과일 물량이 전반적으로 늘면서 추석 이후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소비는 대체로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