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없는 날’ 연례 전시행정 전락
일부 공무원 차 타고 출근
"비·외근때문에…" 핑계
2014-09-24 윤승빈 기자
제주도는 2008년부터 매년 1회 산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승용차 없는 날’을 실시하고 있다.
승용차 없는 날에는 교육청, 경찰청 등 제주시내 78개 관공서는 자발적으로 참여하지만,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등은 직원들을 강제적으로 참여하게 해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직원 중 일부는 개인 승용차를 타고 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제주도의 한 공무원은 “처음엔 행사에 동참하려고 했지만 비가 많이 쏟아져 승용차를 이용하게 됐다”면서 “적발될 경우 당직근무 등 패널티를 제공한다는 소식에 하루 종일 조마조마 했다”고 토로했다.
또 제주시 소속 다른 공무원은 “외근이 잦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차를 외부에 세워둔 뒤 출근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공무원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버린 이번 행사에 대해 ‘형식적 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승용차 없는 날을 잘 지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한 공무원들도 있었다.
제주도총무과의 한 주무관은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승용차 안타기 운동에 동참함으로서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비가 와서 그런지 동참률이 적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쏟아져 행사를 취소할까 고민도 했었다”면서 “다음 행사에는 더 많은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매일 윤승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