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1차산업 시장개방 제주 '풍전등화'

한·캐나다 FTA 서명, 농축산 강국과 협정 체결 '비상'
한·중 협상에서 감귤 등 11개 품목 양허 제외 여부 주목

2014-09-23     신정익 기자
세계적인 축산 강국들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제주의 1차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중 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감귤 등 제주의 주요 밭작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에 이어 호주, 캐나다 등 축산선진국들과의 FTA가 속속 타결되면서 제주 1차산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캐나다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한·캐나다 FTA에 서명했다.
한·캐나다 FTA가 국회 비준을 거쳐 이르면 내년 발효되면 10년 안에 두 나라 교역품의 97.5%에 대한 관세가 없어진다.

캐나다가 한국에 비교우위를 갖는 품목으로는 광물과 에너지, 농축산품 등이 꼽힌다. 그만큼 우리 측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얘기다.

캐나다로서는 한국이 쇠고기와 돼지고기 시장을 열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자국 축산물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은 과거 광우병 발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대 아시아 수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한 40%의 관세는 매년 2∼3%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낮아져 15년차에는 완전히 철폐된다. 국회 비준을 거쳐 내년부터 FTA가 발효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 시장에 캐나다 쇠고기가 무관세로 들어오는 시점은 2030년이 된다.

돼지고기에 대한 22.5∼25%의 관세도 세부 품목별로 5년, 또는 13년 안에 점진적으로 낮아져 없어지게 된다.
FTA가 발효된 미국에 이어 호주, 캐나다와 잇따라 FTA가 타결되면서 제주 농축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한·호주, 한·캐나다 FTA가 내년부터 15년간 발효됐을 때 국내 농축산업 분야의 생산이 2조1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축산업의 생산 감소액이 1조7500여억원으로 전체 감소액의 83%를 차지했다.

26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계속되고 있는 한·중 FTA 13차 협상에서는 감귤 등 제주산 주요농산물의 양허대상 제외 여부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는 11개 품목을 초민감품목에 포함시켜 줄 것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이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의지가 강해 협상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농업인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농단협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FTA 협상으로 인해 농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은 자명하다”면서 “제주도정과 도의회, 각 정당은 한중 FTA와 TT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대응전략 등 제주의 1차 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제주매일 신정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