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얼병원’ 사태 예견된 결과… 道·정부 계획서만 보고 추진
모기업 대표 구속·자금난 등 언론 통해 확인
사업계획 보완 제대로 못 해 복지부 ‘불승인’
국내 제1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으로 추진됐던 ‘싼얼병원’이 사업계획서 승인 단계에서 무산(불승인)됐다.
‘싼얼병원’은 ‘영리의료법인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거셌지만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와 투자 활성을 목표로 한 정부의 의지로 지금까지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싼얼병원’을 계획한 중국 모기업의 상황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사업계획서만을 근거로 추진하다 결국 무산돼 정부와 제주도가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추진됐나
505억원이 투입돼 서귀포시 호근동에 48병상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외국의료기관 ‘싼얼병원’은 2011년 11월 (주)CSC 현지법인이 서귀포시 법환동에 설립됐고 지난해 2월 제주도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외국의료기관 설립 사업계획서’ 승인을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줄기세포 시술과 응급의료체계 구축 보완 등을 이유로 승인을 잠정 보류했고 ‘싼얼병원’ 측은 같은 해 10월 S-중앙병원과 MOU를 맺은 뒤 같은 해 12월 보완자료를 제출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싼얼병원’은 지난 달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후 언론 등을 통해 ‘싼얼병원’의 중국 모기업 대표의 구속과 자금난 등이 알려졌고 지난달 27일 제주도가 모기업 대표자 범법사실 여부, 모기업 자금력, 투자 실행 가능성, 응급의료 대응체계 등을 사업자 측에 보완하도록 요구했다.
▲사업계획 보완은 어떤 내용
지난 14일 사업자 측이 제주도를 거쳐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보완 계획’은 투자 실행 가능성과 응급의료체계 보완 등의 부분에서 명확하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주)CSC 측은 중국 모법인의 자금난과 대표이사(책가화 회장)의 구속 사실을 확인하고 투자 실행 가능성에 대해 “(구속된) 중국 모기업 대표인 책가화 회장 이외에 한국법인을 비롯한 중국 병원 주주들이 외국인 전문병원 승인 시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관계자들에게 전달해달라는 요청”이라고만 밝혔다.
응급의료체계 보완의 경우는 “현재 다른 의료기관과 협의를 모색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있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응급 의료기관 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제주도가 요구한 ‘적정 의료인력 확보 및 질 관리 방안’에 대해 사업자측은 (서면)답변하지 않았다.
▲향후 전망은
‘싼얼병원’의 설립은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 불승인으로 일단 무산됐지만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싼얼병원’ 불승인을 발표하며 “불승인 결정은 사업자 측이 투자 실행가능성 등 법령이 정한 요건을 충실히 구비하지 못한 것에 근거한 것”이라며 “제주도나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유치 등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역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날 제주도의회 도정 질문 자리에서 “내국인 영리병원은 반대”라면서도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은 이미 제도화됐고 설립 신청이 들어온다면 취지에 맞는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검토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제주도는 투자의사와 능력이 있고 법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영리병원의 진출’을 우려하는 도민 및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매일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