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 병충해 정보 농민들 '분통'
최근 도내 고추 밭 '세균성점무늬병'피해 확산
道농기원은 풋마름병·탄저병 방제 정보만 발표
재배면적 적어 현장 확인 소홀…농가 원성 높아
제주도농업기술원(이하 농기원)은 노지·하우스 감귤, 마늘, 고추, 참깨, 콩 등 도내 주요 농작물의 병해충 예방을 위해 매월 15일을 전후해 ‘병해충 발생 및 방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여름 농기원은 발표한 방제정보 10호(6월 27일)와 11호(7월 17일)에는 고추농가들에게 역병과 풋마름병, 탄저병 등을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발표된 방제정보 12호에(8월 6일)와 13호(8월 29일)에는 역병과 탄저병, 담배나방 등을 주의하라고 담았다. 여름 수확 작물이란 이유로 방제정보 14호(9월5일)부터는 고추 관련 정보는 삭제됐다.
문제는 이 기간 제주시내 상당수 고추농가들은 농기원에서 주의를 당부한 병해가 아닌 ‘세균성점무늬병’에 따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1일 오전 제주시 해안·도평동 일대 고추 농가를 확인한 결과 병해를 입은 밭과 그렇지 않은 밭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세균성점무늬병에 감염된 고추밭은 고추대와 빨간 고추만 달려 있을 뿐 새순이 돋지 못해 더 이상의 수확은 포기한 상황이었다. 올 여름 잦은 태풍과 장기간 이어진 장마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한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농기원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민 A씨는 “지난해 고추 값 폭락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올해는 병해로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병해충 방제는 농가 자신의 몫이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장비를 가진 농기원은 신뢰할 수 있는 병해충 예찰정보를 발표해야 제주 농업의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건 고추 도매가(9일 기준)는 9500원(태양초 양건 600g)으로 지난주보다 1000원이 올랐다. 하지만 병해 피해를 입은 도내 농민들에겐 '그림의 떡'인 것이다.
이에 대해 농기원 관계자는 “우리가 현장 확인을 하지 않는 건 아니”라며 “방제정보는 재배면적에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상대적으로 고추가 뒤로 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정된 인력으로 도내 모든 작물의 재배현장을 둘러 볼 수는 없다”면서 “농가들이 병해 발생 즉시 농기원에 신고를 해 준다면 이에 따른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내 주요 농작물 재배면적은 감귤이 1만7000ha, 콩이 5000ha, 밭벼가 3000ha, 마늘이 2500ha, 양배추와 브로콜리가 각각 1500ha 순으로 나타났으며, 이번에 문제가된 고추의 재배면적은 17ha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