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장단’ 신명이 있는 제주

2014-09-10     제주매일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내 또래의 여학생들이 가장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가 허벅으로 물을 길어오는 일이었다.
어머니나 동네 언니들을 따라 하루 한 번 숙제를 하듯 그 일을 해야만 했다. 이는 제주여성들에게 해녀물질이나 밭일과 함께 숙명적인 대물림이었다.
  그야말로 밤과 낮이 따로 없었던 노역의 시절. 그렇다면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들은 일에 파묻혀 살기만 했을까. 아니다. 사실, 어느 지역보다도 흥과 멋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농한기 때엔 동네 집을 돌아가며 허벅장단이 피어났다. 1년 농사의 피로를 흙냄새 묻은 민요가락과 신명나는 춤사위, 그리고 팽강팽강 울리는 허벅장단에 삶의 애환을 실어냈던 것이다. 허벅장단이 도 전역에서 행해졌던 것을 감안하면 허벅이야말로 제주 고유의 옹기타악기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도민의 생명수를 길어 날랐던 도구였음에라. 아직도 많은 도민들이 아릿한 향수와 함께 허벅장단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허벅장단이 피는 마을이 바로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탐라문화제가 제주의 대표축제를 내세우며 53년을 맞는다.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탑동광장에서 열리는 탐라문화제에는 개막공연의 하이라이트로 허벅장단축제를 선보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어린이에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명창 100명이 40여 년 전 사라진 구성진 민요가락과 함께 허벅장단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문예회관 전시실에는 허벅을 포함한 제주옹기 변천사를 담은 제주옹기 특별전이 마련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제주도가 아니면 보고 듣고 즐길 수 없는 축제다.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워 더 큰 제주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문화왕국 탐라, 신명을 펼쳐라’ 는 슬로건으로 기원개막축제, 민속예술축제, 원형문화유산축제, 예술교류축제, 폐막행사 등 핵심 6대축제 50여 개의 행사가 열린다.
특히 제주인의 삶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제주원형문화관’에는 제주세계문화유산관, 무형문화재전수관, 민속자연사박물관, 이동박물관, 탐라문화마당,탐라문화잔칫집,제주어축제가 펼쳐져 ‘우리는 제주인’임을 공감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과거 탐라가 인근 나라들을 연결하는 해상왕국이었듯이, 중국 하남성의 소림무술단, 베트남 꽝닌성예술단, 일본 아오모리현 예술단 등이 참여하는 국제문화교류도 행사도 선보이게 된다.
우리 모두 그 옛날 허벅장단에 피어나는 민요를 들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