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친구들과 보내기로 했어요"
20대 가족보다 친구 선호…달라진 세태 반영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가 다가온 가운데, 차례를 지내기 보다는 개인 시간을 보내는 젊은 층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기자가 4~5일 제주시 대학로, 제원사거리, 제주대학교 등에서 만난 20대 젊은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세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시청 대학로에서 만난 박모(20·한라대학교)씨는 “명절 전날 친구들과 함께 모여 주점에 가기로 했다”며 “친척들끼리 만나도 할 말이 없고, 시간만 떼우다 오는 것 같아 차라리 친구들과 보내기로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양모(26·제주대학교)씨는 “군대 가기 전에는 명절 때 가족과 함께 고향에 내려갔지만, 이후에는 그러지 않는다”면서 “친구들 역시 명절에는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고 털어놨다.
이를 증명해주듯 제주시 대학로, 제원사거리 등에 위치한 주점들이 분주해졌다.
대학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원래 명절 전날이면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 손님이 없다시피 했지만, 최근 들어서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실제로 지난 설 전날에는 손님이 평소보다 2배 가량 늘어 음식을 팔지 못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원사거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최모(36)씨는 “명절 전날은 운영하지 않았지만 다른 가게들이 문을 열어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면서 “다음날 명절 보내기는 힘들겠지만 세태가 달라지고 있으니 이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 지모(22·여)씨는 “부모님을 설득해 이번 명절은 차례를 지내지 않고 가족들끼리 여행가기로 했다”면서 “차례를 지낼 때마다 제수용품 마련 등으로 스트레스 받는 부모님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런 현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존재했다.
제주대학교에 다니는 황모(24·여)씨는 “민족 최대의 명절을 단순히 노는 연휴로만 보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친척들끼리 오랜만에 만나 차례도 지내고 담소를 나눠야 본인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 ‘연휴를 이용해 여가생활 등을 즐긴다’는 생각, ‘노는것도 좋지만 전통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 등이 대립됐다.
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추석 등 명절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면서 명절 본래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해지는 요즘이다.[제주매일 윤승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