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명절, 의미 있는 시간 마련해줘 고맙지”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잔디마당서 독거노인 송편 빚기 행사
점심 땐 직접 만든 송편 먹어···난타·민속춤 등 공연 ‘다채’

2014-09-05     김동은 기자
“명절이면 더욱 외롭고 쓸쓸한 독거노인들을 위해 이렇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데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지 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사흘 앞둔 5일 오전 11시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잔디마당. 독거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송편을 빚고 있었다.

오랜만에 빚어 보는 탓에 송편의 모양은 저마다 삐뚤삐뚤했지만 밤과 콩 등을 넣어 하나 둘 만들수록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갔다.

완성된 송편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날수록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평소 말수 없이 조용하던 어르신도 자신이 만든 송편이 어떠냐며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은 제주시자원봉사센터(센터장 이상호)가 추석을 맞아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을 위해 마련한 한가위 맞이 송편 만들기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330여 명의 독거노인들이 만든 송편 가운데 잘 빚어진 것은 식탁 위에 올려졌다. 현장에서 송편 만들기 경연대회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양모(85) 할머니는 자신이 빚은 송편을 가리키며 “오랜만에 송편을 빚어서 그런지 솜씨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명절이면 더욱 외롭고 쓸쓸한 노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 따뜻한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며 “그래서 3년 전부터 추석을 앞두고 송편 만들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모(82) 할아버지는 “매년 추석을 앞두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데 참 고맙지, 일도 바쁠 텐데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신경을 써주고 말이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와 함께 난타와 민속춤 등 다양한 공연도 펼쳐졌다. 어르신들은 흥겨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등 연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명나게 한바탕 즐기고 나서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직접 빚은 송편을 맛보는가 하면 제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준비한 국수를 맛있게 먹기도 했다.

김종래 제주시자원봉사센터 부설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 팀장은 “독거노인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독거노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