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관만 고려한 설계, 학교 누수의 큰 요인"
4일 '학교시설 누수 개선 토론회'
제주특성 감안 시방서 선택, 감리 철저 등 주문
많은 학교들의 고질적인 고민인 '누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단순한 미관보다 누수 예방에 비중을 두고 디자인을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4일 제주도교육청 주최로 도교육청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학교시설 누수 및 균열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하귀1초등학교 강병훈 교장은 디자인에 치중한 설계탓에 개교 1년만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강 교장에 따르면 하귀1초의 건물 누수는 주로 유리창과 벽을 연결한 이음새에서 발생했다. 자연채광을 위해 설치한 유리 천정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강 교장은 "아름다운 미관 연출을 위해 유리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이음새부분에 조그마한 틈이 생겨도 곧장 누수로 이어진다"며 "학교는 안전과 위생이 중요한 곳인 만큼, 디자인보다 이용·보수·관리가 용이한 설계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고봉수 제주한라대학교 건축디자인과 겸임교수도 이같은 추세에 우려를 표했다.
고 교수는 "최근 외관을 강조하기 위해 유리 마감재를 사용하는 곳이 늘면서 누수 우려도 함께 커졌다"며 "이 경우 틈새를 메우는 실리콘이 누수방지에 중요한 만큼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이날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누수학교 누수부위 분석 자료'에서는 하귀1초의 경우처럼 외벽과 창호 주위 누수(38%)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이날 토론회에서는 누수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제주의 특성을 감안한 시방서 선택' '시설관리직 연수 확대' '감리 철저' 등의 주문이 잇따랐다.
위영균 광영기업 주식회사 대표는 "창호 누수를 막으려면 바람이 많은 제주의 특성을 감안한 시방서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준 서귀포산업고등학교 행정실장은 "모든 학교가 옥상에 우레탄 시공을 하고 있지만 누수고민이 없는 학교는 한 곳도 없다. 이는 누수의 원인이 시공상의 문제일 때가 많다는 의미"라며 "중요부분 시공 때 감리를 철저히 하고, 시설관리직 공무원에 대한 누수 관련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