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기업 '킹마트'서 축척된 노하우로 전국시장 공략
실패 두려워 않는 '오뚝이 같은 인생' 성공비결 '소비자는 왕' 단순진리 실천
‘후레쉬 제주’. 홍오성 제주교역(주) 사장이 전국을 대상으로 청정 제주의 농산물을 취급할 판매망은 이처럼 이름부터 신선하다. 천생의 장사꾼인 그는 이처럼 신선한 이미지로 또 한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타고난 장삿꾼이다. 홍 사장 주변에서는 이렇게 평가한다. 그는 젊은 시절 아이스크림 장사, 구내식당 운영 등 안 해본 장사가 없다. 8년전 1997년 세운 제주토종 기업 ‘킹 마트’는 그의 이런 이력의 결정판이다. 장사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인내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그의 천성이 맞아 떨어져 ‘도민의 자본에 의한 도민의 할인마트’를 세웠다.
킹 마트는 도내 17개 체인점을 갖고 있다. 다 망해가는 제주교역을 후딱 인수한 것도 그의 장사꾼적인 감각에 의한 것이다. 제주교역을 맡을 때 주변에서는 “뭐 하러 망해가는 기업을 맡으려고 하느냐”하는 반대가 많았었다. 그는 그러나 선뜻 맡았다. (주) 제주교역이라는 브랜드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주교역 인수에는 그러나 보다 깊은 배경이 있는 듯 하다. 제주교역의 브랜드를 가지고 전국을 공략하려는 그의 야심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프랜차이점 ‘후레시 제주’의 창업이 이를 말해주는 것 같다. 그는 1호점을 인천에 내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 등지에도 뒤이어 체인점을 낼 예정이다. 제주 섬의 토종기업이 드디어 육지로 상륙, 지역적 한계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제주의 경제력을 키워낼 참이다. 도민 모두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제주교역의 ‘Fresh Jeju' 프렌차이즈 사업은 경영 정상화의 일환이다. 1994년 공기업으로 출범한 제주교역은 도내 농수축산물 수출의 물꼬를 뜬 공로에도 불구, 현재 77% 가량 자본잠식이 일어나는 등 좌초위기에 있다.
이런 와중에 홍 대표가 방향타를 잡게 된 것이다. 제주교역 일각에선 홍 대표가 개인주주 가운데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오랫동안 유통업에 종사했다는 점을 들어 대표이사를 강력하게 권했다. 홍 대표의 공식 대표직 수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취임 몇 개월만에 난마와도 같이 얽힌 회사 현황을 파악하고 “제주교역의 활로는 유통에 있다”며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그가 유통전문가이기에 가능했다.
그는 사실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이다. 30년 가까이 유통업 외길을 걸었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도내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건재사 점원을 시작으로 갖은 고생 끝에 그가 첫 자영업으로 선택한 것은 슈퍼마켓 경영(1979년). 슈퍼와 동시에 폐비닐 공장을 추진하다 부도를 맞는 시련도 겪었으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그가 유통업에 눈을 뜬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의 시련이 계기가 됐다. 실패를 만회하려고 폐기물 처리 공부를 위해 198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유통업계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그의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1987년 귀국한 그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슈퍼마켓협동조합을 조직한다. 제주에서의 이 조직이 현재 44개에 이르는 전국 지역조합의 효시가 된 셈이다. “당시 육지 소비자가격이 도내 도매가격일 만큼 유통업계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며 “이를 바로잡는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홍 대표.
그의 화려한 이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7년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내 중소 슈퍼마켓 업주 8명과 출자해 (주)제주킹마트를 창업했다.
현재 점포가 17개로 늘어났고 점주당 매출도 당시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1월에는 LG마트와 Family마트로 대표되는 대기업 골목상권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킹마트 가맹점인 ‘킹스토어’ 점포수가 불과 1년 5개월 사이에 44개로 늘어나면서 대기업 점포 몇 개는 철수해야 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인정받는 그의 성공비결을 찾다보면 ‘소비자는 왕’ ‘제주인의 자존심’이란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여기에 추진력 또한 발군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 ‘Fresh Jeju' 프렌차이즈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평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FRESH JEJU' 1호점 개점 관계로 바쁜 홍 대표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제주교역의 활로를 프렌차이즈 사업에서 찾은 이유는.
△제주교역은 당초 도내 농수축산물 수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당시 제주는 수출 불모지로 설립취지도 좋고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제주교역이 아니더라도 수출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따라서 도민기업으로서 제주교역의 역할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느꼈다. 프렌차이즈 사업을 통해 도내 농수축산물의 내수판매를 확대할 경우 결국은 설립목적에 충실한 것 아니냐.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현재 타 지방에서 제주를 표방하고 영업하는 곳이 꽤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게 먹히고 있느냐는 회의적이다. 품목이 일부에 그치고 있고 무늬만 제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FRESH JEJU'는 완전 ’제주‘를 지향한다. 음식 주재료는 물론 부식과 하다못해 식기에 이르기까지 ’제주 이미지‘를 추구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도심속에서 ’제주의 문화‘의 느끼게 하자는 것으로 소비자의 큰 호응이 기대된다.
우선 1호점 가장 중요하다. 이게 성공해 서울 정도에 2호점이 개점될 경우 전국적으로 1000호점 개설은 금방이다.
이럴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 예컨대 현재 1호점 개점에 맞춰 김치 3000포기를 담그고 있다. 1000호점을 가상해 배추 소비량을 계산해 보면 쉽게 경제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추진에 어려운 점은 없나.
△그동안 살면서 여러 풍파를 겪어봤지만 ‘FRESH JEJU' 개점이 가장 어렵다. 광범위한 분야를 혼자서 처리하고 있다.
제주교역은 알다시피 도내 자치단체, 생산자단체 등이 모여 만든 회사다. 이들은 그러나 이 사업에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제주교역의 과거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안다.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개인의 역량으로 제주교역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고 나중에 주주들에게 요구할 생각은 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의 힘으로 처리 못할 일도 있다. 제주교역은 개인기업이 아니다. 자치단체 등에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도와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