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싼얼'은 없었다…헛구호 외친 정부·道
국내 법인 지난해 철수
부실한 사업추진 망신
제주에 제1호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던 중국 싼얼병원이 정부가 투자유치 계획을 발표했던 지난 12일 이미 사업을 철수해 국내에는 없던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이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나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정부는 실체도 모르는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헛구호만 외쳤다는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31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중국 싼얼병원의 국내법인은 지난해 토지매입비 25억 원을 들여 서귀포시 호근동 일대 1만6000여㎡을 매입했으며, 현지 사무소에는 3~4명의 직원이 배치돼 병원 승인과 개원준비를 위한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국내법인은 이미 지난해 말 문을 닫고 철수한 상황.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업무 관계로 제주사무소에 연락했지만 닿지 않아 철수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업계획 승인이 나지 않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다 승인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인력을 철수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싼얼병원은 정부가 지난 달 12일 개최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 달 중에 승인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국내 제1호 영리병원으로 등록이 거의 유력할 것으로 관측됐다. 1년 전 불법 줄기세포 시술이 우려되고 응급의료 체계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승인이 보류됐으나, 줄기세포 시술 계획을 철회하고 도내 모 병원과 응급진료 협약을 맺어 정부가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싼얼병원의 모회사인 천진하업그룹의 회장이 지난해 7월 사기대출 혐의로 중국 사법당국에 구속된데 이어 최대 주주사인 싼얼바이오 유한공사 등이 부도가 났다는 보도가 확인되면서 영리병원 실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진 상황이다.
제주도는 지난 28일 “언론에서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1차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사실 확인 중에 있다”면서 “정부에서 승인이 안 되면 없어지는 것이고 승인되고 관리와 문제점을 점검하는 절차들이 많이 있어 중국 법인이 투자할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지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정부는 사실상 사업을 접은 중국의 병원이 첫 영리병원을 설립을 추진한다는 웃지 못 할 쇼(?)를 벌인 셈이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은 제주도는 사태를 키웠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행 제주도특별법에 따른 제주지역의 영리병원 설립은 미화 500만 달러 이상(외국인 지분 50% 이상)의 투자금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병원설립을 승인받게 되면 제주도지사가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다만, 의료기관 개설에 적합한 기관으로 통보받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