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디가 올레고, 여긴 질레라”
애월읍 수산 물메마을, 제주 최초 돌담 실측
대한민국 대표 100대 시인 돌담길 조성 나서
주민 스스로가 마을의 돌담의 길이를 실측하는 건 이번이 처음. 주민들은 마을 곳곳을 돌며 담의 길이를 재면서 자연스럽게 옛 길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놨다.
“저디가 올레고, 여긴 질레라” 돌담 측량에 나선 한 주민이 길의 정확한 명칭을 알려줬다.
마을 안길은 ‘질레’고, ‘질레’와 연결된 집 앞 골목길이 ‘올레’라는 것. 제주 곳곳의 ‘올레길’은 ‘질레길’로 불려야 맞는다는 의미였다.
‘질레’와 ‘올레’ 사이를 걸으며, 돌담의 높이와 길이를 재는 동안 그 길에 얽힌 옛 이야기도 쏟아져 나왔다.
마을 안 유독 낮은 높이의 돌담길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주민 강재훈씨는 “예전에 저 올레 안쪽 집에 소를 키웠었는데, 수레에 실린 촐(소여물)이 돌담에 걸리지 않게 낮게 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그러면서 “우리집은 1979년도에 지었는데 그때 만 해도 돌담 쌓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하지 않으니 돌담 쌓는 것도 어려워졌지”라며 쓴 웃음을 지어보이도 했다.
참석 주민들은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마을 자산은 ‘돌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을 돌며, 돌담의 길이와 높이를 함께 재면서 그 곳에 담긴 옛 이야기들을 자료로 만들어 마을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 초 물메마을은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창의 아이디어사업(경관개선)’에 선정됐다.
이후 주민들은 힐링물메마을 자원조사팀을 구성, 추진 총괄팀장에 김상순 수산리개발위원장, 현장감독에 이 마을 출신 공공미술가인 양기훈씨를 각각 선정하고, 조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메마을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100대 시인들의 시를 담은 돌담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마을은 이에 앞서 다음달 1일과 2일 신달자·이근배·문정희·오세영·정호성 등 시인 5명을 초청, 물메마을 펨투어 및 ‘힐링물메마을 시낭송 콘서트’를 개최, 주민들과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