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밀려 고객 발길 끊긴 30년 장터
건입동 '도깨비 시장' 활기는 옛말…적막감만
재래시장 지원책 소규모 상가엔 별 도움 안돼
2014-08-19 윤승빈 기자
흔히 ‘도깨비 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인근에는 제주시기상청, 제주축협 본점 등도 있다.
이 곳에서는 야채, 통닭, 김치, 돼지고기 등 식료품을 파는 상점과 좌판 7~8개가 영업을 한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19일 도깨비 시장에는 적막감이 돌았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장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아 활기가 넘쳤지만, 세태가 변하면서 인근 주민들도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상점마다 이날 팔 싱싱한 야채와 고기 등을 내놓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하염없이 시간만 갔다.
이젠 이런 ‘불경기’에도 익숙해진 듯 상인들의 표정에 큰 변화가 없다.
10년 넘도록 여기서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진모(48·여)씨는 “아침에 판매할 물건을 옮기고, 좌판에 올려놓은 후 몇 시간째 손님을 기다려 보지만 주부 한 명이 전부”라면서 “오후 10시까지 장사를 해도 고작 야채 몇 개를 파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사정은 인근 정육점과 통닭집 등도 마찬가지. 신선도가 생명인 식료품이지만, 팔지 못해 결국 버려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이날 도깨비 시장을 방문한 주민 양모(40·여)씨는 “위생과 가격, 편리성 때문에 대형마트를 먼저 찾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간이 촉박하거나, 필요한 식료품이 소규모 일 때만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행정당국이 재래시장 활력 회복을 위해 시설개선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 곳과 비슷한 소규모 골목상가는 지원대상이 안돼 날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결국 그럴듯한 이름도 없이 ‘도깨비 시장’으로 불리는 골목시장의 상인들은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들을 기다리며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