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넋 앞에 버젓이 일본산 향나무
모충사 의병항쟁 기념탑 앞 주변 등 수백그루
광복회 등 제거 요청…제주시 "불가능"입장
하지만 제주시는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지난 5월 국립현충원에 심어진 일본산 향나무가 모두 제거되기로 결정된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제주시 사라봉 공원에 위치한 모충사는 순국 열사들을 기리기 위해 제주도민들이 성금을 모아 세운 사당이다. 내부에는 ‘의병항쟁 기념탑’,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 ‘의녀반수 김만덕의인묘비’ 등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14일 찾은 이곳에는 일본산 향나무 수백 여 그루가 곳곳에 심어져 있었다. 특히 이 향나무들은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와 ‘의병항쟁 기념탑’과 인접해 심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일본산 향나무들은 대부분 1970~1980년대 도내·외 인사들이 결혼, 출생 등으로 심은 ‘기념식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제주시 충혼묘지 역시 마찬가지. 모충사와 비교하면 적은 숫자지만, 충혼묘지 곳곳에도 일본산 향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이렇듯 순국 열사를 기리는 공간에 일본산 향나무가 수 없이 많이 심어져 있어, 광복회 등 도내 항일 유족회들이 “일본산 향나무들을 제거해 달라”고 제주시에 요청하기도 했었다.
당시 제주시는 이를 받아들이고 예산을 집행했지만 고작 몇그루만 제거하고 나머지를 ‘화장실 조성 사업’ 등에 사용해 유족회의 원성을 산 바 있다.
광복회 관계자는 “과거 일본산 향나무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고작 두 그루의 나무만 제거가 됐다”면서 “현재는 항일 관련 기념비만 세워진 것이 아니라 김만덕 기념관 등도 함께 시설돼 있어 무작정 제거를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여전히 “제거가 불가능 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행정이 담당하는 것은 조성된 나무에 대한 유지·관리 뿐”이라며 “만약 제거하게 된다면 용역도 실시해야 하고,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국회가 “국립 현충원에 일본 수종 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일본산 향나무를 전부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과 대조되고 있다.
시민 오모(46)씨는 “일본산 향나무가 애국 선열들의 인근에 위치해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제주시는 의병항쟁과 순국지사의 의미를 생각해서라도 일본산 향나무는 제거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