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음악회...공연자도 악보도 안 보여

'어영노을관악제', 미숙한 행사 운영으로 '빈축'

2014-08-11     박민호 기자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수평선 아래로 잡기는 붉은 태양과 금빛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어영노을관악제’가 미숙한 행사 운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시 용담해안도로 어영공원에서 진행 중인 이번 행사는 해질 무렵 푸른 잔디광장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금빛 선율을 즐길 수 있어 도민·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어영노을음악제는 지난 9일 푸르초장브라스밴드와 제주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윈드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시작으로 13일까지 국내외 8개 팀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주최측이 일몰 후 별다른 조명시설을 마련하지 않는 등의 미숙한 행사운영으로 공연팀과 관객 모두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일몰 시간을 맞춰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첫 번째 공연시간은 오후 6시30분 시작된다. 팀당 4~5곡의 연주가 진행되면서 공연(준비)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이다. 때문에 두 번째팀 공연 중반 이후에는 행사장 주변은 암흑 상태로 변해 관객들은 공연팀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연주자들 역시 악보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공원 내 일부 조명시설이 있지만 이들 조명을 도로 경계나 화단을 비추는 정도의 역할만 할 뿐 행사장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10일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양모(37·여)씨는 “두 번째 공연 중반 이후부터는 주위가 어두워져 공연팀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훌륭한 연주에 큰 감동을 받았지만, 공연장 상황은 오히려 그분들(공연팀)에게 미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환상적인 호흡으로 관악의 매력을 전달했던 공연팀 역시 불편함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공연에 나선 한 연주자는 “이런 행사는 기획 초기부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면서 “연주자들이 공연 중 악보가 보이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국제관악제 관계자는 “당초 추가 조명 없이 행사가 기획된 건 맞다”면서 “앞으로 공연시간을 앞으로 당겨 일몰 전에 행사를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