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기억 괴로워···수면제 없인 잠 못자”

‘세월호 참사’ 100일 (下)···팽목항은 지금
생존 화물차 기사들 생계 수단 잃어
정신적 충격·경제적 어려움 ‘이중고’

2014-07-24     김동은 기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지금도 사고 당시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입니다.”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화물차량 운전기사 김모(58)씨의 시간은 지난 ‘4월 16일’에 멈춰버린 듯하다.

그날 이후 불안감에 잠을 제대로 이룬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수면제를 먹고 나서 겨우 잠이 들어도 악몽을 꾸기 일쑤다.

게다가 길을 걷다가도 자꾸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가 하면 집에 혼자 있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있다고 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생존자의 심리 상태가 얼마나 불안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99일째인 지난 23일 제주도청을 방문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씨는 환자복 차림에 수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배가 갑자기 기우는 바람에 허리와 무릎 등을 다쳤지만 그보다 정신적인 상처가 더 깊다고 그는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사고 당시의 기억이 너무 뚜렷하게 떠올라 괴롭다”며 “밤마다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먹지 않고서는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서 상당수 기사들이 불면증과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다시는 배를 탈 수 없을 것 같고, 화물차도 몰 수 없을 것 같다고들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사고로 인해 가족 모두가 고통을 짊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유일한 생계 수단인 화물차가 물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큰마음을 먹고 4개월 전에 구입한 새 차를 잃었다”며 “매달 200만원의 할부금을 내야 하는 데다 차에 실렸던 수천만원의 화물까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처럼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화물차 운전기사는 20여 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다 유일한 생계 수단마저 잃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는 사고 직후 제주시·서귀포시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화물차 운전기사에 대한 심리·상담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제주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심리·상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또 정신 건강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그동안 복건복지부에서 지원되던 생계비가 3개월간의 특례기간을 끝으로 종료됨에 따라 특별 추가예산을 확보하는 등 이들의 생계를 계속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기사들은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물적 피해가 큰 만큼 정부와 제주도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