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사회 드라마요? 완전 오락영화 찍고 싶었죠"

한국판 사극 블록버스터 '군도: 민란의 시대' 연출

2014-07-20     제주매일

군대 생활의 민얼굴을 섬뜩할 정도로 차갑게 그려낸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주목받은 이는 비단 이 영화의 주인공 하정우뿐 아니다. 당시 스물여섯 살에 불과한 윤종빈 감독은 이 문제적인 장편 데뷔작으로 평단의 찬사를 한몸에 받으며 화려하게 충무로에 입성했다.

    하정우와 윤계상이라는 투톱을 내세운 '비스티 보이스'(2008)를 거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는 이른바 잭폿을 터뜨렸다. 연출력뿐 아니라 흥행력까지 검증받은 그가 거대 규모의 사극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충무로의 돈이 몰렸다. 순제작비만 135억 원에 이르는 사극 블록버스터 '군도: 민란의 시대'가 탄생한 배경이다.

    사실 '범죄와의 전쟁'을 마무리한 후 윤 감독은 휴식을 취하려 했다. 몸도 아팠고, 마음도 지쳤기 때문이다. 7~8년을 쉼 없이 내달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제주도로 내려가서 살아볼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20대 때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컸어요. 그 동력으로 '범죄와의 전쟁'까지는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기간,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너무 힘들었어요. 몸도 마음도 지쳐 이렇게 하다간 오랫동안 영화를 찍지 못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그동안 묵직한 사회드라마에만 천착한 것도 창작 에너지의 '조로'를 부채질했다. 생각이 우울함에만 닿아있으니 마음도 점차 지쳐갔다.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건드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자괴감도 자라났다. 휴식도 필요했지만 못지않게 변화도 필요했다. 장고 끝에 해결책이 나왔다.

    "완전 오락영화를 찍어보자!"
    "영화를 보면서 '아 XX' 뭐, 이런 느낌의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내가 보면서 해석을 하는 게 아니라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영화들 말이죠."

    영화를 만들려고 하니 흥미롭게 읽은 소설 '조선의 군도와 땡추'가 떠올랐다. '장길산' '임꺽정' '홍길동' 같은 소설도 다시 꺼내 읽었다. 연극 '오셀로'를 하면서 밀었던 하정우의 민머리와 "얼굴보다 저평가된" 강동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그런 이미지들과 떠오르는 생각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며 만든 결과물이다.

    영화는 곳곳에 민란이 끊이지 않던 엄혹한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으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복수가 가장 중요한 테마다. "모든 액션영화의 플롯은 복수에 기반한다"는 생각으로 도치(하정우)와 조윤(강동원)의 복수라인을 삽입했다.

    "하정우와 강동원이 대나무숲에서 벌이는 마지막 장면은 표면적으로 둘이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과의 대결에 더 가까워요. 나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 억눌린 화, 그런 것과 싸우는 거죠."
    출연진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대세남'으로 떠오른 하정우와 톱스타 강동원이 만난다. 주연만 놓고 보면 올해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중량감이 가장 크다.

    윤 감독은 자신의 모든 영화를 함께 한 하정우에 대해 "좋은 얼굴을 가진 연기 잘하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처음 호흡을 맞춘 강동원에 대해선 "2년을 쉬면서 '제대로 한 번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출연한 것 같다"며 "대역보다도 액션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한 사회에 대한 탐구, 역사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신의 전작들을 한식집에, '군도'를 양식집에 비유하며 "한식은 잊고, 양식을 즐겨달라"고 주문했다.

    "유명한 한식집에 갔는데 그 집이 양식집으로 변한 거예요. 뭐 그런 느낌으로 영화를 보지 않을까 싶어요. 윤종빈의 '군도'가 아니라 영화 자체를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정우와 강동원이 보이는 그런 영화로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