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범 "내 목소리 여전히 숙성 중"

디지털 싱글 '시간이 됐다면' 발표

2014-07-20     제주매일

 "지금까지는 제 마음의 열정을 보여드렸지만 앞으로는 제 삶을 노래로 그리며 공감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어서 보여달라 재촉하지만 제 목소리는 끊임없이 숙성 중입니다. 익을수록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요."

    더 이룰 것이 없어 보이는 데뷔 27년차 베테랑 보컬리스트는 여전히 변해가는 중이었다. 마주한 인터뷰에서는 신곡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지만, 돌고 돈 이야기는 결국 그의 음악에 대한 철학으로 귀결됐다.

    최근 디지털 싱글 '시간이 됐다면'을 발표한 가수 신효범을 만났다. 오래간만의 신곡 발표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너무 마음에 와닿는 노래를 만나서 기분이 정말 좋다"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됐다면'은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나 프로젝트 앨범을 제외하면 무려 5년만의 새 싱글 앨범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 보낸 슬픔을 담은 가사가 정상급 연주자들이 빚은 완성도 높은 사운드와 어우러졌다.

    특히 독백하듯 시작해 폭발적인 샤우팅으로 이어지는 그의 '명품' 보컬이 힘과 노련미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처음 악보를 보고 눈으로 읽는데 감정이 '스윽' 다가왔어요. 만들어내는 감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슴에서 우러나는 감정 말이에요. 그 감정이 내 몸에 잘 맞는 옷 같은 느낌이었죠. 저의 마음이 노래에 움직인 거죠."

    노래가 최근 발생한 잇단 비극적인 사고의 희생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듯하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이 노래를 부르며 제가 먼저 위로를 받았어요. 이런 마음을 듣는 분들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화려한 테크닉을 뽐내기보다 과장되지 않는 창법으로 독백하고 싶을 때 독백하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 소리지르며 노래했어요."

    디지털 싱글의 대표 이미지도 하얀 배경에 그와 노래의 이름뿐이다. 그는 "무언가 가장하고 구구절절 설명을 넣고 싶지 않았다. '백지에 이름 하나만 써달라. 단순하게 가자'라고 (디자인) 담당자에게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1988년 MBC 신인가요제에서 '그대그림자'로 금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한 신효범은 '슬플 때 화장을 해요', '언제나 그 자리에', '난 널 사랑해' 등을 연달아 히트하며 1990년~2000년대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MBC 가수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유명 가수들 사이에서 '디바'의 수식어가 과장이 아님을 증명했다.

    "제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사실 요즘 가창 측면에서는 매너리즘에 빠진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스스로 기준이 워낙 높아서인지 완벽하려고 노력했는데 문득 인간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놓자, 풀자, 부족해지자'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음폭'은 못 놓겠더라고요. 제 감정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1990년대 초중반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에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산 증인으로서 그는 '오래 사랑받는 노래'가 탄생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그 시대를 거친 우리 '중견'들은 작은 무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모르는, 그저 노래를 들으려 발품 팔아 오는 팬을 위해 항상 달려간다"면서 "인순이 언니가 말하는 것처럼 1년 이상 무조건 부르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따라부르는 분들이 생기더라"라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음악시장은 아쉽게도 명곡의 탄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음원의 소비 주기가 무척이나 짧아졌다. 차트 1위에 일주일 이상 머무는 곡이 드물다.

    그는 "요즘 음악들은 자동판매기의 상품이 된 것 같다"면서 "한때 자극적인 음악들이 쏟아지고 대중이 진지한 음악에 더는 시선을 돌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때 노래를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런 환경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세대는 탄생한다. 함께 무대에 서고픈 후배는 없을까. 그는 "'장미여관'이 예뻐 죽겠다. 나이가 있는 친구들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자기 음악에 올인하는 모습이 좋다. 그들이 음악으로 도를 닦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탁(서문탁)이랑도 한판 해야 한다"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지르고 받쳐주는 묘미가 대단하다"라고 덧붙였다.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가 넘쳐서 후배들에게도 무서운 선배일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가수는 무대에서만 특별하면 된다. 후배들로부터 추앙받기 원하지 않는다"면서 "언제나 후배들과 '계급장을 떼고' 마주하기를 원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번 신곡을 시작으로 3~4개월 단위로 지속적으로 싱글곡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그렇게 모인 싱글곡에 기존곡 두어 곡을 리메이크하고, 다른 신곡도 더해 미니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류에 따르기보다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불러 공감을 받고 싶어요. 그것이 저의 자존심입니다. 끊임없이 배우며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제가 좋아하는 트로트를 부를 수도 있겠죠. 많이 기대해주세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