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향기

2014-07-07     제주매일
 제주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모셔다 살살 귀를 씻었다. 그 소리로 마음을 닦았다.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도 들었다. 끝없이 가려던 길에 걸림돌 바위라 했다. 실망에 잠긴 파도는 힘들어 했다. 그렁그렁한 물보라 눈물, 떠날까 말까 고심하는 걸 보았다. 바위는 파도에게 실망을 안겨 미안하다고 자책의 마음을 표하였다. 멀리 떠나가지 말라고 솔직한 심경을 말했다. 멀리 갔다 돌아올 것 없이 제주에서 평온한 삶을 살라고 하였다. 그것이 실로 값지다고 하였다.
 파도는 제주에서 살기로 했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은 있다. 그러나 이들과 부딪치고 사귀며 고난을 이겨내는 법을 단련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일이다. 풀들 나무들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제주도에서 동서는 성산포와 모슬포, 남북은 서귀포와 제주, 동서남북 돌면 제주 모습 다 보여 우리는 아름다운 섬 제주 안에 있는 사람임을 안다. 제주어, 제주 사투리 어감과 들리는 소리는 어디서나 반갑다. 우리들의 입에서 입으로 별빛처럼 반짝이고 귤 향처럼 퍼져 말하면 통하고 정다웠던 부모형제 이웃사촌들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제주어로 말하는 걸 부끄러워했다. 사투리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표준어를 사용하라고 열을 올렸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사투리를 안 쓰면 유식한 사람, 사투리를 쓰면 무식한 사람이라 할 정도로 제주 사투리 사용을 천시했다.
 제주어는 많이 사라지고 말았다. 제주 말은 어르신들이나 말하면서 간신히 유지해, 참으로 절해고도처럼 외로워 울고 있다.
그러나 제주어가 사라지는 건 제주의 큰 손실이라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많은 분들이 제주어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제주어 사투리들은 기분 좋아 톡톡 튀게 됐다. 제주어 말하기 향기가 퍼져 어디서나 그윽하게 했으면 좋겠다. 몇 가지 제주어 말하기를 연습해보자. 지둥(기둥) 숭년(흉년) 궤기(고기) 식껫집(제삿집) 바당(바다)…. 제주어 살리기에 전문적으로 연구를 하며 애쓰시는 여러 학자 분들에게 우선 존경을 표한다. 그 외로 여러 사례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기쁜 일이다.
 황금녀 시인이 제주어 사투리로 펴낸 4번 째 시집 ‘고른베기’와 양전형 시인이 제주 사투리로 쓴 시집 ‘허천바레당 푸더진다’도 있다. 고훈식 시인이 수필집 ‘곤밥에 돗궤기’를 발간하여 제주지역 청소년들이 제주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제주동서문학회 양경렬 수필가도 해마다 발간되는 ‘제주동서문학’지에 제주어 수필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꽤 오래되었다.
 ‘제주문학’ 제58집에 수록된 (故)김광협, (故)김종두, 김용해, 오승철, 윤봉택, 고훈식, 양전형, 김창화 시인의 제주어 시작품과 오안일 시인의 제주속담에 대한 글의 발표가 있다. 그리고 ‘제주문학’제59집 기획코너 제주어의 재발견에 발표된 김순이 이종억 최창일 시인의 제주어 시와 홍관옥 수필가의 제주어 수필도 제주어 살리기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작년 말에 펴낸 제주어문학선(운문집) ‘이 놀래랑 산넘엉 가라’(제주문인협회· 제주작가회의 공동발간)도 큰 기획물이어서 놀랍다. 
 제주어를 지켜내기 위해 결성된 뚜럼브러더스(박순동, 김도형, 김용수 씨로 구성)도 제주어로 노래하며 제주어를 지켜내기에 힘쓰고 있다. 최근 한글 서예 사랑 모임 회원들이 제주 속담과 민요, 시를 묵향에 담아 문예회관과 ‘먹글이 있는 집’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도 제주 말씨를 향기롭게 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여러 기관이나 사회단체 주최로 시행하는 제주어 말하기 대회를 통해서도 제주어는 많이 되살아나고 있다.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