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간 1등 경쟁, 교육현장 과부하 부추겨"
이석문 교육감 당선인 인수위, 24일 교사 200여명 만나 교육현장 목소리 수렴
2014-06-24 문정임 기자
교사들은 평가 위주의 성과주의 문화를 과감히 개선해 교사와 학생들의 피로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석문 제15대 제주도 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회(위원장 강재보)가 24일 제주오리엔탈 호텔에서 제주지역 유·초·중·고 교사 200여명과 함께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
'타운홀 미팅'은 정책결정권자가 주민을 초대해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 회의다. 참석 교사들은 모두 일정시간씩의 발언권을 나눠 갖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다.
교사들은 교과서가 학생 수준에 비해 어렵고 시험 횟수가 많아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힘들어한다는 데 가장 많은 공감대를 보였다.
교사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교과서가 갑자기 어려워지고 학생들은 학원을 전전하며 성적에 목 메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광범위한 현재의 교육과정을 핵심적인 사안 위주로 단순화하고, 시험을 최소화해, 교사들이 자신의 역량대로 수업을 재구성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시간적, 물리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청간 1등 경쟁도 교육현장의 과부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사들은 지금 교육현장에는 도교육청과 시교육지원청, 학교, 학급별로 추진하는 특색과제가 모두 일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요일별로 주최가 다른 특색과제를 소화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또, 교육청이 전국 시도교육청간 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 할수록 일선학교에서 처리해야 할 공문과 업무의 양이 늘어난다며 교사들이 실적에서 자유로운 순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이 먼저 성과 만능주의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국·영·수·사·과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예체능 수업 시수를 늘리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두루 학교에서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자율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일부 교사들은 0교시 보충수업과 심야학습 등은 학생 개인이 선택하도록 해, 지나치게 긴 수업시간으로 인한 교사와 학생들의 소모적인 피로를 줄이는 한편, 현재 학생들의 수준과 사고에 걸맞은 방향으로 오래전 작성돼 비현실적인 학교 규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석문 당선인은 "학교 일상 대부분이 수업이므로 수업 과정과정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며 "오늘 나온 의견을 토대로, 교육과정 중 변화가 필요하거나 가능한 부분을 찾아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타운홀미팅은 3개의 주제에 대한 즉석투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토론주제는 ▲제주도 교육현안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해지지 위한 방안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방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