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
어떤 나라,어떤 지역이 얼마나 성장·발전하느냐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하버드대학의 마이클·포터는 오늘날 지식·정보화시대에 한 나라,한 지역의 성장·발전은 네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노동·자본·자원 등의 요소조건,기술·제도조건,산업연관관계,수요조건이다.
첫째,노동,자본,자원 등 요소의 투입이 경제성장·발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둘째,연구개발 투자와 같은 기술조건과 시장거래의 자유화, 시장개방화의 정도에 의한 경제제도의 개선 등이 성장·발전을 결정한다. 셋째,산업연관관계의 강화도 경제성장·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넷째,경제발전·시장개방 등에 의한 국내외 수요증가도 경제성장·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포터의 견해에 따르면 제주도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자연경관과 기후를 이용한 요소투입조건과 관광·농업의 국내외 수요 창출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제주도가 관광주도형 지역개발을 강력히 추진한 결과, 관광산업은 1970년대 10년간 8.5%,1980년대 16.8%로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지역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요 원천이 되었다. 농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연 12%씩 성장해 제주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농업과 관광산업의 전면 시장개방되면서 제주경제가 적응의 위기를 겪고 있다. 문제는 더 이상 제주경제가 자연경관·기후 등의 요소조건과 수요조건만 갖고서는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유지할 수 없다는데 그 심각성을 던져주고 있다.
오늘날 제주는 과거 어느 때에도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리면서 대내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도하라운드에 의한 WTO체제의 강화,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시작으로 한 세계경제의 블록화,동북아지역의 경제력 증가에 의한 동북아시대의 도래 등 대외적 환경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이제 제주농업은 “보호막 없는 경쟁”에서 세계적 농민이 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무한경쟁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제주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관광산업의 경우도 경쟁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는 가격경쟁력 약화, 상품개발의 미흡 등 관광목적지로서의 경쟁력 약화가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감귤 중심의 1차산업과 경쟁력없는 서비스산업은 경쟁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제주도의 21세기 미래 발전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 조성도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외 자본 유치를 통해 요소투입조건을 확충함으로써 제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한 전략수단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국제자유도시 라 할 수 있다.
최근, 영종도, 송도 신도시, 김포매립지 등 수도권 서부지역을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동북아물류의 허브지역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북아 비즈니스중심지계획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면서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조성계획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부산, 광양 등이 동북아 국제물류 중심의 허브 항만으로 건설하는 국제물류자유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의 여러 지역이 중앙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정책에 힘입어 국제비지니스중심지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어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개발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투자유치의 실상은 어떠한가. 국제자유도시의 투자계획 가운데 민자유치가 총사업비의 63%인 18조를 넘고 있는데,계획기간이 이미 절반을 보내고 있음에도 그 유치실적은 극히 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어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인 추진에 어려움을 낳고 있다. 나아가 제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형성하는데 한계를 드러내놓고 있다.
오늘날 우리 제주의 민자유치의 현주소를 잘 반영해주는 것이 서귀포시의 기업도시 추진 실패라 할 수 있는데,이 사건은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그동안 전경련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서한문을 발송하고, 토지 제공, 세제 지원,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지원 등을 마련, 적극 유치에 나섰으나 민자유치에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태안,전남의 해남·영암,전북 무주,경남 사천, 전남 광양·하동 등이 국내 대기업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여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신청,추진에 박차를 가할 태세이다.
최근 제주경제를 둘러싸고 엄청난 변화가 밀려들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나.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초일류 농업 생산자, 기업가가 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데 기술개발, 품종개량 농업구조개선,투자유치 등 경쟁력 기반 확충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은 충분한 건지. 우리는 국제화, 개방화한다면서 내향적 시각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배타적 지역주의, 소승적 이기주의 그리고 획일적 가치관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여 개방적인 국제화의식을 높여 나갈 자세는 되어 있는지.
최근 급격한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민·관 모두가 스스로를 살피고 인식과 행동을 조정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김 태 보<제주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