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일대에 부는 새 바람, 기대하세요"
[박수진이 만난 사람 26] 비아아트 박은희 관장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아마 40대 이상이라면 제주시 칠성로에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고무줄놀이'와 '공기놀이'를 하는 등 이 일대를 걸으면 옛 생각에 젖는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일대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오후 9시 전에 대부분의 상점의 불이 꺼진다.
제주시 관덕로에 위치한 대동호텔에서 갤러리 비아아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은희 관장(사진)은 이를 안타깝게 여겼다.
이 일대를 사람이 북적이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그를 지난 16일 '비아아트'에서 만났다.
그는 육지에서 대학을 나온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 후 대전에서 큐레이터로 활동을 하며 20여 년간 제주를 떠나 있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다시 제주를 찾은 그는 '고향'에서 갤러리를 열기로 결심했다.
"장소를 선정함에 있어 엄청난 고민을 했죠. 부모님이 40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대동호텔'에 갤러리를 조성하기로 했어요. 대동호텔이 이 일대에서는 '터줏대감'인 만큼, 공간적 의미의 강점을 살려보자고 결심했죠."
갤러리 '비아아트'는 2012년 이 같은 당찬 포부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개관하고 보니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루 수만 명이 찾는 동문재래시장과 산지천 등이 연결되는 곳이 단순히 '스쳐가는 곳'으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그는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이 일대를 찾아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걸 까. 요즘 들어 주변에 하나 둘씩 상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상점 대부분의 특징은 소위 '젊은 친구'들이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과 안면을 트면서 그의 계획도 털어놓았다. '원도심 살리기'. 조심스럽게 꺼낸 얘기였지만 상인들은 모두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진두지휘 한 가운데 선보인 첫 번째 기획안은 지난달 31일 대동호텔 앞에서 진행된 'Via15 사!먹!자!마켓'이다. 이 행사는 '마음껏 사고, 먹고, 자고, 놀자'는 뜻이 담겼다.
주변 상점과 도내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 등이 참여했던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판매됐다. 또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 등 통합홍보부스도 운영됐다.
그에 따르면 행사에 대한 반응은 상당했다. 근처에 사는 어르신들은 "사람들이 붐비는 걸 오랜만에 봤다"고 기뻐했단다.
"주변에서 일주일에 한번 씩 행사를 진행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하더군요. 하지만 체력이 안돼서 그건 힘들 것 같아요.(웃음). 행사는 오는 9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에게 '원도심'에 대한 매력을 물었다.
"대부분이 어? 이게 뭐지? 하면서 갤러리에 들려요. 주변 상인들도 저와 같은 말을 하더군요. 아무래도 버스도 많이 다니고, 쇼핑을 하려면 이 근처를 지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관람객이 온다는 게 원도심만이 가질 수 있는 큰 매력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그는 "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원도심 살리기'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오늘도 그는 바쁘다. 어떻게 하면 '원도심'을 사람이 북적일 수 있는 장소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 여념이 없다.